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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욱일기 논란, 왜?
  • 박현일
  • 등록 2018-10-22 09: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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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국제관함식으로 또 한 번 ‘시끌’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일대에서는 제주국제관함식(이하 국제관함식)이 개최됐다. 국제관함식이 진행되기 전, 일본 해상자위대는 자국 함정에 욱일기를 달고 참석하겠다고 주장해 큰 논란이 일었다. 욱일기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 앞바다에서 볼 수도 있었던 ‘침탈의 상징’


 욱일기는 1870년 일본 육군 창설을 앞두고 일본군의 군기로 공식 제정돼 한일합병 및 제 2차 세계대전(이하 2차대전) 기간 동안 쓰였다. 이 깃발은 2차대전 이후 일본군이 해체되면서 잠시 사용이 중지됐다. 그러나 1954년 자위대1)의 창설과 함께 욱일기는 ‘자위대기’로 지정돼 현재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기로 사용 중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얀마 △중국 △필리핀 등 일본의 주변국 침탈 당시 피해국들은 해당 깃발 및 패턴의 사용을 금기시한다.

 

 최근 있었던 국제관함식에서의 논란은 이러한 욱일기의 배경과 연관돼 있다. 대한민국은 욱일기를 앞세운 일본군에 침탈당했던 국가로, 해당 깃발을 게양한 함선이 영해에 진입하는 것을 수용하기 힘든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 및 해군은 관함식 참가 국가의 해군 측에 군기가 아닌 자국 국기 및 주최국의 국기를 게양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 및 외무성은 욱일기가 자위대기인 이상 자위대 소 속 함선에 이를 게양하는 것은 자국의 국내법상 의무라는 주장을 펼쳤다. 양측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자위대는 관함식 개최 5일 전이던 지난 5일에 불참을 확정지었다.

 

 상대적으로 덜한 국제사회의 비판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논란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욱일기가 계속 게양되는 이유는 다른 문화권에서 그에 대한 비판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주변국을 수탈하던 시기에 막대한 피해를 보지 않았던 유럽 및 타 국가의 경우 욱일기가 전쟁범죄와 연관돼 있다는 인식이 크지 않다. 더불어 욱일기는 일본의 방위를 담당하는 자위대의 국적 표기를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직접적 피해가 없던 국가들의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깃발에 대한 문제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전쟁범죄를 일으킨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의 과거사 정리가 미흡한 것도 국제사회의 인식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독일은 전후 자국 내에서 나치에 대한 어떠한 상징물도 표시 및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반나치법’을 제정했다. 이후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전후 한국전쟁의 발생으로 혼란기가 있어 전범 청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2차대전 시기의 군부 권력이 유지됐고 이는 자위대 창설과 욱일기 사용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욱일기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이유


 욱일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사를 부정하는 자민당 정권이 들어선 2000년대 이후, 욱일기 사용은 늘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는 욱일기를 게양하는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법안 통과 및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침략전쟁이라는 과거사와 평화헌법2)의 개정을 통한 군사권 회복이라는 정권의 목적을 욱일기를 통해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의도가 녹아있는 욱일기 사용에 대한민국 측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과거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욱일기 및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일본과의 갈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국제관함식에서 벌어진 논란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고 있다. 자위대가 관함식 불참을 결정하기 전이었던 지난 3일, 국회에서 는 “제국주의 및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소품을 제작·유포하거나 공공장 소에서 이를 지닌 경우 2년 이하 징역·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욱일기 금지법이 발의됐다.

 

 욱일기 게양 논란은 계속 있어왔지만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부족했던 상황 속에 제대로 된 대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 일본 정부는 욱일기를 통해 과거의 제국주의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및 외교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확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1) 일본의 국가방위를 담당하는 준군사조직. 일본의 군대 보유는 금지돼 있지만 자위대가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고 있다

 2) 일본 헌법 제9조, 일본의 군사력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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