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인간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 편집국
  • 등록 2018-09-18 12:49:52
  • 수정 2018-09-18 13:16:59
기사수정

 이번 여름은 참으로 길고 무더웠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봄은 짧았 지만 추운 겨울에서 더운 여름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잠시나마 따스한 햇살아래 봄꽃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 를 줬고, 여름은 더웠지만 40도에 육박하는 그런 더위는 아니었다. 그리고 가을은 높고 푸른 하늘 에 선선한 바람 그리고 수확의 계절로서 먹거리도 풍성했으며, 겨울은 매서운 추위에 건조하고 한강은 늘 얼어붙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의 존재가 의심스러워지더니, 여름 에는 동남아 국가에서나 보이는 스콜 현상에 장마철도 아닌데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고, 겨울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이제 삼한십온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거기에 봄에만 일주일 정도 성가셨던 황사가 이제 사시사철 우리 곁에 있는 것은 덤이다.

 인구가 늘고 소위 문명이 발달하려면 필연적으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금의 모든 국제 분쟁 및 갈등 지역은 근본적으로 석유자원과 관계가 있다. 석유 자원이 없다면 자동차만 못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들어가 살고, 또 입는것이 사실상 모두 석유이다. 지난 수억년간 쌓여 얻어진 석유에너지를 우리는 몇 백년 안돼 에너지 고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 꺼내 쓰고 있다. 물질의 내부 에너지 형태로 숨겨져 안보이던 에너지를 모두 외부로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 다. 한 번 풀려 나온 에너지를 다시 물질 내부로 집어 넣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비활성 기체로 알려진 질소는 흙 속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질산염이 되고, 비로소 식물 뿌리로부터 흡수돼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의 구성 성분이 된 다. 이어 잎으로부터 들어오는 이산화탄소와 빛을 재료로 물과 산소를 배출하면서 스스로 다당 류 및 생육에 필요한 기타 고분자를 합성한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기본적으로 ‘자연’이 에너지를 다시 물질 내부로 집어 넣는 방식이다. 최근의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정도 로는 이 수억년의 반복 학습으로 최적화된 자연의 방식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먹고 마시고 입고 짓느라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그 자연의 평형이 계속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연의 파괴, 환경의 파괴는 우리가 모른 척 외면하는 사이 어느덧 이번 여름의 혹서와 지난 겨울의 혹한을 가져왔다. 또 얼마 전 매스컴에 소개됐던, 여름에도 한번도 녹은 바 없다던 북극의 절대 빙하의 붕괴를 줬다. 분명 앞으로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모습과 방식으로 우리 앞에 빈번히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서 늘 효율을 생각하지만, 사실 70kg정도의 사람 한 명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자고 2000kg짜리 자동차가 움직여야 하는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다. 어쩌면 최고 효율의 에너지 물질을 만들기보다, 고농축 에너지 저장 장치를 만들기보다 △베 란다 △테라스에 △주차장 앞마당 한 켠에 흙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 한 그루 심는 것이, 매우 느려 보일지라도 작금의 인간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진준형 (화학공학과 조교수)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