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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지갑사정에 불법복제물로 향하는 학생들
  • 이건우 기자
  • 등록 2018-09-18 11: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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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인식과 경제적 부담, 좁혀지지 않는 간극
대학생에게 두꺼운 전공 서적은 학습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전공 서적의 비싼 가격 때문에 수많은 대학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교재비를 아끼기 위해 불법복제물을 구매하고, 이로 인해 저작권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불법복제물 단속 현황과 그 대안에 대해 알아봤다.


개강 맞아 불법복제물 단속 실시

 이번 달 가을 신학기를 맞아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협력해 대학가 불법복제물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보호원은 적극적인 불법복제물 단절을 위해 460여 대학에 홍보포스터와 협조공문을 발송했으며 대학가 근처 제본소에도 협조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불법복제물 유통 제보 요원 20명을 파견해 지속적인 제재와 감시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특히 이번 달 특별단속에서는 보호원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함께 불법복제물 신고 핫라인을 운영해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가의 불법복제물 유통 근절을 위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보호원과 문체부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단속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2억 7000만원 상당의 불법복제물 9,516점이 적발됐다. 그뿐 아니라 문체부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불법복제물 적발량은 1만 2,739점(2013년)에서 2만 1,204점(2016년)으로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학가 불법복제물의 고질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대학가 불법복제물 문제, 왜 생겨나는가 

 그렇다면 대학가 내에서 출판 불법복제물 유통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값비싼 교재비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1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활 중 가장 부담스러운 소비항목’으로 전공 서 적 등 도서구입비가 58%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지난 2015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진행한 ‘대학생 전공서적 이용실태’ 조사 결과 학생 1인당 한 학기 평균 교재 구매 권수가 6.4권, 구매액은 9.4만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48만원 인 것을 감안하면 큰 부담이 되는 금액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한 권당 만 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어가는 비싼 전공서적 대신 비교적 저렴한 불법복제물을 선택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책의 특성에서 오는 불편이 있다. 다수의 전공 서적은 무겁기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진다. PPT와 조별과제를 포함하는 강의가 늘어나면서 전공 서적의 사용빈도수 역시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가치가 많이 낮아졌다. 또한 동일한 실태조사(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학생의 46.4%가 학기 뒤에도 전공 서적을 처분하지 못해 오히려 짐이 된다는 의견을 보인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단점을 불법복제물의 분할로 휴대성을 높이고, 강의 후 교재를 쉽게 처리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다. 불법복제물의 이러한 편리함이 학생들의 저작권 인식을 흐리고 있는 실정이다. 

근절 위한 합리적 대안

 불법복제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사회적 운동이 조명되고 있다.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이라고도 불리는 빅북(BigBook)은 대학 서적의 저자인 교수들이 본인의 저작권을 기부하여 학생들이 부담 없이 무료로 교재를 이용할 수 있도 록 하는 시스템이다. PDF파일을 직접 다운받아 인쇄해 사용할 수 있으며 전자책의 형태로도 제공된다. 현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앞으로 성장을 통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운동이다. 

 두 번째 방안으로는 ‘반값교재’가 있다. ‘반값교재’란 출판사에서 직접 저작자의 허락을 받고 책의 정가를 반값으로 인하하는 것을 말한다. ‘반값교재’는 일반 교재와 달리 표지가 없고 제본없이 인쇄된 낱장의 상태로 판매한다. 이러한 출판사의 반값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 정품 교재에 대해 가격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세 번째 방법은 중고장터다. 대표적인 중고장터로는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서 중고 교재를 거래하는 ‘책방’ 게시판이 있다. ‘책방’을 통한 중고거래는 같은 학교 내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편의성과 신뢰성 면에서 뛰어나다. 중고장터를 통해 대학 교재가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불법복제물 근절과 교재비 절약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우 기자│hangta96@kgu.ac.kr
덧붙이는 글

저작물이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불법복제물이 사용되는 현실은 저작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하루빨리 위 대안들이 적극적으로 활성화돼 학생들의 재정적 부담 없는 불법복제물 단절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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