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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주변인의 자세
  • 박현일
  • 등록 2018-09-04 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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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금희

출판사 : 창비

 

 트라우마는 알러지와 같아서 이겨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생기면 상황을 잊지 못하고 떠안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극복을 강요해 마음을 악화시킨다.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그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주변인이 돼 일상을 돕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애와 상수는 모두 나쁜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경애는 파업 당시 노조 측에 동참했지만, 노조 내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회사와 노조 양측으로부터 고립됐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래 사귀었던 애인 산주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경애의 고독을 더 크게 만든다. 상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형에게는 사랑받지 못해 대인관계를 힘들어한다. 또한 아버지가 회사 사장과 친한 전직 국회의원이어서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 반강제로 입사했던 이유로 영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둘은 해외 영업을 위해 같은 팀으로 베트남에 체류하면서 서로의 힘겨움을 견디게 하는 역할을 한다.

 

 둘에게는 자신들도 모르는 인연이 있는데, 경애가 연애상담을 받는 SNS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관리자가 상수라는 것이다. 때문에 산주가 결혼 이후에도 경애를 찾고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고민을 들은 상수는 ‘관계를 끊어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조언한다. 경애는 조언을 받아들여 산주와 완전히 헤어진다. 산주는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서 떠난다”고 비난하나 경애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는데, 이는 상수의 조언이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수 또한 경애에게 SNS 페이지에서 시작된 도움을 받는다. 페이지가 해킹되는 바람에 자신이 ‘언니’가 아닌 남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상수는 앓아눕고 만다. 상담을 구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날 공장 설립식에 함께 가야 했던 경애는 실의에 빠진 상수에게 일어나는 것까지만 우선 해보라며 격려한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촉박했지만 경애 또한 심리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지나왔기에 “겪어봤으니까 알죠. 안 겪어보고 어떻게 알아요?”라며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아냐는 상수의 질문에 답한다. 힘겨운 이들끼리의 공감이 서로를 일으켜주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잘 모르거나 극복만을 강조하는 주변의 이야기에 쉽게 지친다. 그러나 심리적 충격은 크고,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나아지라고 압박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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