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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 ‘K 팝’
  • 편집국
  • 등록 2018-05-29 11:11:45
  • 수정 2018-05-29 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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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미술계에서 일상적, 만화 이미지를 차용하는 ‘K 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술에서 ‘K 팝’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어휘는 아니다. ‘K 팝’은 흔히 대한민국 대중예술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지만 미술에서도 몇 년 전부터 등장하고 있다. 즉 ‘K 팝’은 한국형 팝아트라는 말이다. 미술에서 ‘팝아트(Pop Art)’라는 어휘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주의 양식으로 사용했지만 20세기 말 다시 나타나 ‘네오 팝 (NeoPop)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는 대량생산된 카툰 이미지를 차용해 대중의 취향과 일치하는 작업들이 많다. 카툰은 해학과 풍자가 첨부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수용되고 요즘과 같은 이미지 시대에 적합한 매체로 이용되고 있다. 만화나 광고, 영화에서 본 듯 한,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이미지들에서 개개인의 과거 기억을 연상하게하고 그런 것들이 작가들에 의해 예술적인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품들은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동일함을 찾을 수 없지만 그 이면에는 유사하게 일상의 기억들이 반영되고 있다. 또한 작품은 단순하고 장식적인 면을 지니고 있어 사람들로부터 쉽게 호감을 얻는다. 이러한 경향 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하여 일본, 중국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수용하고 제작되고 있다.

 

 ‘네오 팝’은 영화나 광고, 일상생활의 소비재에서 볼 수 있는 대중 이미지를 차용하기도 하고 특히 만화 이미지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대중의 단순한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90년대 일본 만화의 세계적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직접적으로 일본 만화의 영향도 있지만 젊은 세대 일부에서 유행하고 있는 캐릭터 이미지의 차용을 볼 수 있다. 카툰이나,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의 제작이 그러한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Miyazaki)의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보게 되고 일본에서 만화를 의미하는 망가(マンガ 漫画, manga)의 어휘가 유럽어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볼 때 만화이미지의 유행을 짐작 할 수 있다. ‘망가’는 세계적으로 유행됐던 디즈니 만화만큼 확산돼 있다. 만화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는 지역에 따라 의미의 차이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망가(Manga)는 코믹스(Comics), 우스꽝스러운 만화와 유사한 내용을 지니고,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며, 한국에서는 ‘성인만화’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만화이미지가 미술에 등장한 경우는 1960년대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을 기원으로 한다. 그의 만화 이미지에서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지만 사랑, 전쟁과 같은 평범한 대중적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만화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하는 국내작품의 경우는 이동기와 2000년대 초 최근 급격하게 유행하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村上 隆, Murakami Takashi) 를 들 수 있다. 이동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결합한 ‘아토마우스’ 캐릭터를 활용하여 우리문화에 혼재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꼬집고, 일본의 무라카미는 일본인으로서 그가 성장했던 청년기 동시대 문화와 일본화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재프 쿤스(Jeff Koons)는 팝 아트의 말기 작가이면서 만화 이미지를 비롯해 잡다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현재의 미술계에 적응하고 시장과 잘 영합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닌 지역 출신으로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대중의 취향을 동시대의 욕구와 함께 고급미술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을 네오-팝(Neo-pop)으로 분류하면서 팝아트와 같은 계열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네오-팝은 다다와 네오 다다와의 관계에서 언급되고 있는 미술의 자율성 문제를 비판하기 보다는 대중적 취향이 두드러지면서 60년대 팝아트와 차이를 지닌다. 즉 다다와 팝아트에서 나타나는 미술의 자율성과 반항의 의미가 희석돼 있다. 결과적으로 다다에서 시도 되고 있던 예술에 대한 전위적, 반항적 감성과 무관하게 된다. 이들의 작품은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첨단 자본주의 사회의 유행과 미국 자본시장에 등장하는 부호들의 피상적 취향, 현대 사회에서 소비적인 가치관, 작품 수집가들의 자기 과시를 자극하면서 예술적 반항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은 현대 미술관과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화상(畫商)뿐 아니라 수집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가벼운 내면을 자극하는 작품의 특성을 통해 단순한 볼거리의 유행으로 진행시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작가의 개인적 성향으로만 평가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적 트렌드이다. 거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소비문화와 함께 고도의 경제 성장사회에서의 청년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조광석 교수 (서양화·미술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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