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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슈] 정보공유 위한 커뮤니티, 목적성은 어디로?
  • 박종현
  • 등록 2018-04-02 09: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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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성 뒤로 숨은 커뮤니티의 이중성
현재 국내 388개 대학교의 179만명 학생들이 익명커뮤니티 중 하나인 ‘에브리타임’에 가입돼 있다. 이외에 본교의 경기업과 같은 다양한 익명게시판이 운영되고 있으며,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대학생들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익명성을 이용해 수위 높은 성(性)적 발언을 하거나 심한 욕설을 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익명게시판의 본래 목적과 익명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교류의 장, 익명게시판


 현재 각 대학생들은 정보 공유를 위해 △에브리타임 △대나무숲 △○○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 각종 익명게시판들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익명게시판에서 학생들은 △시간표 △공모전 △대외활동 등 학교생활을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한다. 이외에도 ‘내부고발 창구’ 역할로서의 기능 또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국민대학교 익명게시판 ‘갈무리’에는 한 교수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탄원서가 게재됐다. 그 결과 문제의 교수는 수업에서 배제됐고 국민대학교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처럼 익명게시판은 수업 중 교수의 옳지 못한 발언이나 학과 내의 과도한 군기 문화 등 학내 깊숙이 숨은 문제를 밝히는 ‘신고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난무하는 비방, 낯 뜨거운 성(性)적 발언


 하지만 최근 익명게시판에서 △출처 없는 무차별한 발언 △‘원나잇’을 위한 만남 △학벌 비하 발언 등 익명성을 이용한 다양한 발언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10일, 고려대학교의 대나무숲에서 ‘기업에서 대학 순으로 지원자를 나누고 연봉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문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문제시되자 일각에서는 ‘대나무숲 폐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대표 익명게시판 포털인 ‘캠퍼스 픽’과 ‘모두의 연애’에서는 익명으로 잠자리만 같이 하는 이성을 구하는 게시글을 쓰거나 다소 수위 높은 성(性)적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비단 타 대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본교의 익명게시판 앱인 에브리타임에도 ‘사랑방’, ‘동물의왕국’이라는 게시판이 등장했다. 해당 게시판은 수위 높은 성(性)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게시판으로, 익명으로 ‘파트너 구합니다. 여성 분 연락주세요’와 같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최성윤(문예창작·2) 군은 “익명성을 이용해 욕설이나 수위 높은 성(性)적 발언을 하는 등 익명게시판의 본래 목적에서 변질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올해 출처가 불분명한 생리공결제 폐지에 대한 게시글로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호(회계세무·2) 군은 “한 사람이 쓴 게시글만 보고 물타기 식 댓글을 쓴다”며 “해당 게시글의 근거 없는 발언을 믿고 쓰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현 상황에 대해 이경미(서양화·미술경영·2) 군은 “익명을 이용해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지만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지속된 해결방안 탐색에도···미흡한 현실


 그렇다면 현재 각 익명커뮤니티들은 어떤 방식으로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을까. 지금 국내 최대의 대학교 익명커뮤니티 앱인 ‘에브리타임’은 해당 대학 인증 후 가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각 익명커뮤니티 내에는 부적절한 댓글에 대한 신고체제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신고 이전에 피해사실을 알지 못하며 익명커뮤니티 안의 자체적인 제재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고선우(경영·2) 군은 “심한 발언의 경우 에브리타임 관리자가 나서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익명커뮤니티 관리자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해당 문제들에 대한 해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2월 1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각 익명커뮤니티에서 난무하는 성(性)적 발언에 대한 여성혐오범죄 처벌근거 관련 형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본 법률안은 해당 성별에 대해 △부호 △문헌 △음성으로 표현 시 현행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 개정이 확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등 아직까지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에 있다.

 

박종현 기자│whd2273@kgu.ac.kr

 

덧붙이는 글

대학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는 정보공유와 더불어 학내 문제고발을 통한 깨끗한 캠퍼스를 만들고자 하는 학생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기존의 목적에서 벗어난 게시글과 댓글이 생겨났다. 해당 문제에 대해 앞으로 익명 커뮤니티 관리자와 정부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통해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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