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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히어로물
  • 박현일
  • 등록 2018-03-20 10: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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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한 편으로 세상보기 - 블랙 팬서

 감독 : 라이언 쿠글러

출연 : 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 조던, 루피타 뇽

장르 : 액션

상영시간 : 135분

 

기자의 한줄평 : Make the world various again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말로를 걷는 듯 했던 인종차별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언론 앞에서도 “히스패닉이 싫다”, “무슬림 입국을 금지시키겠다”와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이에 흑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은 우승팀 백악관 만찬 거부와 국가연주 시 경례 거부 및 무릎 꿇기 등의 행동으로 반기를 들었고, 이러한 이슈와 함께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영화 ‘블랙 팬서’는 이러한 퇴행적 흐름에 의미있는 어깃장을 놓았다. 은조부는 흑인 무장을 목적으로 가상의 국가 ‘와칸다’에서만 생산되는 특수 금속 ‘비브라늄’을 빼돌린다. 그의 형이자 와칸다의 국왕인 티차카는 비브라늄 유출을 막기 위해 은조부를 만류하던 중 그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26년의 시간이 지난 2018년, 티차카가 폭탄 테러로 사망함에 따라 아들 티찰라가 국왕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그러나 티차카에게 살해당한 은조부의 아들 킬몽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등장하며 와칸다는 위기에 처한다. 새롭게 등장한 킬몽거가 결투로 티찰라의 왕위를 앗아가고, 패배한 티찰라는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다. 왕좌에 앉은 킬몽거는 와칸다의 비브라늄과 이를 이용해 발전시킨 첨단 과학기술을 흑인들의 무장과 전쟁에 사용하려 한다. 이는 인종차별로 박해받는 흑인들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으 나 그 계획은 몸을 추스르고 돌아온 티찰라에 의해 물거품이 된다. 결국 영화는 티찰라가 왕위를 되찾고, 자원과 과학기술을 전쟁에 사용하는 대신 타국과 공유하는 쪽을 택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 티찰라와 악역 킬몽거의 대립은 곧 도널드 트럼프가 고집하는 고립주의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킬몽거는 흑인 밖의 타 세계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하며 소통이 아닌 무력 사용을 주장한다. 그러 나 티찰라는 킬몽거와 달리 기술을 다른 세계와 나누는 선택을 통해 고립된 채 수백 년을 보낸 와칸다의 기조를 바꾸게 된다. 영화에서 개방주의를 내세우는 티찰라의 승리는 다른 인종 및 타 국가와의 거리를 두며 고립주의를 촉진하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쿠키 영상 속 “현명한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세운다”는 티찰라의 대사로 증명된다. 피부색에 따라 차별을 두고 국경을 걸어잠그는 건 구시대의 그릇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 녹슨 풍경이 세계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만들어낸다고 평가받는 미국에서 다시 찾아오고 있다. ‘블랙 팬서’는 그러한 작금의 상황이 잘못됐음을 시사한다. 영화를 통해 다양성은 존중돼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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