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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가 만드는 큰 화재
  • 윤지솔
  • 등록 2018-03-02 1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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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 취약 외자재 · 소방시설 미흡 · 인식 부족이 원인
유난히 춥고 건조했던 올 겨울,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며 국민들의 걱정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본교 수원캠퍼스 인근의 광교 신도시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 시점에서 화재는 우리에게 그리 먼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들의 원인과 그 후속대책들에 대해 다뤄봤다.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화재위험
 최근 들어 크고 작은 화재사건 관련 뉴스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뉴스에서는 △울산 뉴코아아울렛 △부경대 기숙사 △강릉 공사현장 등 전국 곳곳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청 통계 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에서는 총 44,17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유독 화재 사건이 잦았던 것으로 느껴지는 지난 1월에 집계된 화재 발생 건수만 해도 4,083건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규모에 비해 큰 인명피해를 낳은 화재사건들의 발생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 12월 21일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경우 천장 보수공사 과정에서의 불꽃이 차량에 옮겨 붙으며 화재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초기 진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사망자 29명에 부상 37명이라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1월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 1층에 임시로 가설된 탕비실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에도 사망 46명, 부상 146명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 일부 언론에서 ‘밀양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불 속의 기름, 불길을 키우다
 지난달 3일, 세브란스 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에서 언급된 화재 사건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매뉴얼대로 철저한 대피훈련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화재 발생 당시 신속한 신고가 이뤄졌으며,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했다고 밝혀졌다. 그렇다면 다른 화재 사건들에 비해 제천과 밀양 화재 사건에서 유독 큰 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불길에 취약한 건축물 외자재 사용 △미흡한 소방시설 △안전불감증으로 벌이는 행동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우선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경우에는 건설 과정 에서 불길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화재가 난 건물들에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됐는데, 그 과정에서 저렴하고 불에 잘 타는 자재가 사용돼 더 큰 피해를 본 것이다. 심지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유독가스의 발생량이 증가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더 크게 미친다고 밝혀졌다. 또한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제외 건물이었다. 스프링클러의 부재로 화재 진압에 3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그러는 동안 환자들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게 됐다. 이 사건 이후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중소병원이 1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재조 명됐고, 정부는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중소병원 측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장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의 편의나 공간 확보를 위해 탈출 경로를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는 것도 참사의 이유가 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경우 소방차 주정차 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원활한 화재 진압을 어렵게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여탕 비상구를 창고로 활용해 대피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 2의 ‘참사’ 막기 위한 후속 대책
 잦은 화재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소방 관련 법안 3건이 임시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례적으로 빠르게 넘어간 이 법안은 크게 △소방관련 시설 및 다중이용업 소 주변 주·정차 금지구역 지정 △공동주택가 소방차 주·정차구역 지정 의무화 △소방시설업체 국가 주도 평가·운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본교 수원캠퍼스가 위치한 수원시의 경우, 동절기 화재예방 특별안전대책을 수립했다. 수원시는 △민방위 화재대피 모의훈련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재난통합지원본부 설치 및 운영 훈련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제천과 밀양 화재 때 문제가 됐던 드라이비트 공법 적용 시설 및 스프링클러 미설치 시설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시흥시의 경우에는 화재 안전관리 대책 합동회의를 개최해 법령과 제도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윤지솔 기자│solth14@kgu.ac.kr
덧붙이는 글

탄탄한 국가 제도와 잘 갖춘 소방시설 또한 피해를 막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화재의 불씨가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우리의 평소 인식 역시 화재 예방에 꼭 필요하다.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슬기롭게 막아낼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재해로 만들지는 우리의 평소 행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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