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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차 산업혁명과 본교의 미래
  • 편집국
  • 등록 2017-12-11 09:58:15
  • 수정 2017-12-11 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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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은 일어났던 과거를 지칭하는 역사적 개념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은 현실이 아닌 일어날 미래를 부르는 담론이다. 그렇기에 유독 한국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 담론이 범람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불편함의 근원엔 4차 산업혁명과 뒤따라 나오는 여러 종말론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다. 대학과 연관해서도 2 가지 종말론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변화를 강요하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첫째는 교육의 종말이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집단학습을 제도화하는 교육 덕분이었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기성세대 경험과 지식을 후속세대에게 전수함으로써 문명을 진보시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지금 10대가 기성세대가 되는 40년 후엔 기존 지식 가운데 80-90%가 쓸모없어진다면,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가 큰 문제로 대두했다.

 

이젠 지식을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찾으면 된다. 인터넷 시대 인간이 갖춰야 할 중요한 소양은 가상세계에 널려 있는 지식을 연결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창조력이다. 이런 창조력을 길러내는 건 교육이 아니라 학습이다. 교육이 남이 시켜서 하는 수동적인 거라면, 학습은 자기 스스로가 하는 능동적 행위다. 교육이 지식을 소유하는 아날로그 시대 산물이라면, 지식을 공유하는 디지털 시대엔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

 

오프라인에서 교육이 아니라 온라인상의 학습으로 자기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 시대에 대학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제 대학은 교실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을 학생이 배우는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나는 20172학기부터 수업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교실 안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온라인의 무한대 가상세계와 연결해서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학습으로 수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번 학기 맡은 과목인 서양사입문’, ‘서양중세사’, ‘미국사모두를 유튜브를 활용해 수업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영어라서 학생들이 번역하는 데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는 거다. 학생들에게 동영상의 스크립트를 일단 구글 번역기로 돌려본 후 수정해서 발표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예상했던 진도의 반도 못나갔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고 자위하면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고맙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 나의 수능성적에 따라 경기대학교 사학과에 들어왔다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교육이 아니라 학습의 능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시대 정말 필요한 인재는 특정 분야에 탁월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뛰어난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은 무한대로 있다는 게 인생 역전의 블루오션이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의 환경이 수도권 일류 대학이 아닌 경기대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두 번째가 직업의 종말이다. 지금 대학 졸업생은 적어도 6번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전공교육 이전에 학습능력부터 배양해야 적응해 나갈 수 있다. 그런 융통성과 적응력을 계발하는 과정으로 개설된 게 교양과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이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리버랄 아트 칼리지, 곧 인문교양의 허브가 되느냐다. 경기대에선 융합교양대학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대 여러 단과대학 가운데 가장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체제가 엉망인 곳이 융합교양대학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교수충원과 교육과정인데, 장기 로드 맵이나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태로 땜질하듯 이뤄진다.

 

그 누구를 탓하랴. 책임을 대학본부에게만 돌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문제는 경기대 구성원 전체에게 있다. 운동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구성원 대부분은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 너무 큰 데 비해, 법인과 대학본부는 그 관성을 타파할만한 비전 제시나 소통 능력이 너무나 빈약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진리로 통용되는 수없이 인용하는 다윈의 말이 있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경기대가 변화하지 않는 한, 현재는 있을지언정 미래는 없다.

 

                                                           

                                                                                                     김기봉 교수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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