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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천] 본능에서 찾는 이성적 성관계
  • 안나리 신문편집국 대학팀 정기자
  • 등록 2017-09-04 1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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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한 편으로 세상보기-바람에 젖은 여자
자극적인 장면에 담긴
평등한 성의 고찰

 

 



 영화 ‘바람에 젖은 여자’는 TV 보급으로 쇠퇴하던 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니카츠 스튜디오 의 ‘로망 포르노’ 중 하나다. 1970년대 등장한 로망 포르노라는 장르는 ‘정사장면이 10분마다 들어가기만 하 면 어떤 제재도 없다’는 파격조건으로 감독들의 창의성에 불을 지폈다. 덕분에 상업성에 작품성까지 더해진 해당 장르는 70년대 일본 극장 점유율 40%라는 흥행을 기록한다. 그중 지난 5월 개봉한 ‘바람에 젖은 여자’ 는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에로시티즘을 목표로 제작되면서 여성을 성적 소비 대상으로 보던 기존 포르 노의 틀을 깨고자 했다.

 

 본 영화에 등장하는 △무성욕을 주장하는 주인공 ‘고스케’ △아내와 별거 중인 ‘카페 사장’ △극단 단장인 ‘고스케의 전 여자친구’는 사회적 지위와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어 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묘한 분위기의 ‘시오리’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각자 이제까지 가져왔던 △타인에 대한 원망 △사회적 지위에 따른 겉치레 △무성욕의 삶이 허황된 이상임을 깨닫고 본능적 성욕에 굴복해 버린다. 특히 감독은 연극배우였던 고스케와 그를 도발하는 시오리가 감정표현으로 대결하는 장면을 통해 ‘본성이 곧 이치’임을 드러낸다. 각종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나아가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둘의 모습은 정신적 사랑 이 아닌 육체적 사랑에서 모든 것이 발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애초에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사랑의 형 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눈이 가는 점은 ‘성의 주체성이 남녀 양쪽에서 동등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쪽의 강요로 상대편이 소비되는 형태가 아니라 전쟁 같은 대결구도 안에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성을 보여준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자고 말고는 내가 정해요’라는 문구에서부터 감독은 사람들에게 본인의 의도를 전달하 고 있다. 이 영화가 기존에 남성이 주체이며 여성은 소비의 대상으로 보던 포르노와는 차별화됨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을 상품화한 포르노의 촬영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바람에 젖은 여자’는 그동안의 허례허식 속에 감춰진 남녀의 성적 동등성에 시선을 둔 작품임 은 분명하다. 여성의 성 상품화가 만연하는 일본에서 이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은 앞으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임을 예고한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요즘, 성적인 면에서 남 녀가 평등해지는 상황 또한 그 좋은 변화의 하나로서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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