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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대박이다”
  • 편집국
  • 등록 2024-06-04 12: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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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러시아어문전공) 교수


전문가가 부족하다

 

 2022년 2월 22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일명 ‘특별군사작전’을 감행했다. ‘21세기 유럽에서 대규모 전면전이라니, 그럴 리가.’ 예상이 보기 좋게 틀렸다. 그래도 나는 ‘문학’ 전공자이기에 어느 정도 면피가 된다. 그런데 내가 아는 러시아 지역학 전공자는 당시 러시아 펀드를 샀다. 대박을 꿈꿨을 터. 하지만 전쟁 개시 후 러시아 펀드는 아예 거래 중지됐다. 서방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당시 국내 러시아 전공자들은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우리나라 러시아학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쟁이라는게 말이 되는가. 이는 곧 국내 러시아학 인구의 저변이 편협함을 드러냈다. 러시아 관련 학과가 설치된 국내 대학 수는 20여 개뿐이다. 프랑스어나 독일어 관련 학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세기 냉전이 한몫한 결과라지만 어쨌든 이는 러시아 전문가 ‘공급’ 부족을 불렀다.

 

편향된 언론을 바로잡자

 

 전문가 부족만큼이나 우리 언론의 편향성과 편의주의 역시 대중의 러시아 인식을 왜곡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서구 황색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한 푸틴의 부정부패, 여성 편력, 질병 의혹, 대역설 등을 우리 언론은 여과 없이 내보냈다. 전쟁 중 적과의 여론전에 힘쓰는 서구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랬을까?

 

 전쟁의 본질적인 면을 보도해야 했다. 우리 언론은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동서 갈등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에게 가해진 모멸과 폭력, 비인간적 차별에 침묵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세력으로부터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 군사작전의 목표”라고 말할 때 아무도 이를 설명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

 

 서구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자국민에 행한 폭력을 보고도 인권이나 평등 같은 서구의 전통적인 가치를 적용하지 않았다. 우리 언론은 서구 언론을 무분별 인용했고, 따라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계속된 우크라이나 내전의 참상을 우리 대중은 알 수 없었다. 전쟁 발발 후 우리 학계는 관련 책도 내고 보고서도 발간했다. 하지만 대중에게 이를 다시 처음부터 설명하고 언론을 바로잡기는 역부족이다. 언론이 중심을 잡아야지 우리 외교에 힘이 생기고 국익도 평화도 챙긴다. 그러려면 러시아학 저변확대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전쟁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전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서방이 번번이 어겼다.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임계점이다. 러시아는 나토가 자신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미국은 20세기 중반부터 세계 곳곳의 전쟁에 개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고, 국제언론의 일방적 질타도 피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국제질서의 이중잣대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그들은 서방과의 협력 단절을 불사하고라도 세계질서를 개편하려고 전쟁을 단행했다. 또한, 이 전쟁은 에너지 전쟁이다.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춤으로

써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했다. 2022년 2월은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가스관이 완공되어 가동을 눈앞에 둔 시기였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은 앞서 언급한 우크라이나 내전의 연장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유례없는 경제 제재의 가능성을 알고도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 국내 경제는 안정을 찾았고, 전쟁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2024년 3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사상 최대 투표율과 최대 지지율로 당선됐다. 미국 중심의 일극 세계질서에 균열을 내고 다원적 세계질서를 꿈꾸는 정부 계획에 국민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러시아의 다극 체제 구상에 관해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2024년 5월 22일 경기대 특강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전후 일정기간 서구와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러시아는 대박이다

 

 러시아의 눈길은 아시아에 있다. 그들의 구상에서 중국과 인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웃한 한국이 있다. 일본도 중요한 국가지만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는 쿠릴 열도라는 영토 분쟁의 씨앗이 있다. 지노비예프 대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비우호 국가 중 가장 우호적인 나라”라고 여러 차례 밝힌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양국 교류에서 서로가 취할 이득이 크다는 점은 이미 경험에서 나왔다. K-방산과 누리호 발사체 기술의 기초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는 세계 제1의 자원 대국이기도 하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북극항로 개발의 주도권 역시 러시아에 있다. 아무리 봐도 우리 학생들에게 러시아 시장은 ‘대박’인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주창한 ‘통일 대박론’은 이념을 떠난 실용 외교의 상징이었다. 누가 뭐래도 외교의 기본은 상호주의와 실리주의다.

 

 우리 이윤규 총장님도 지노비예프 대사와의 차담회에서 “전후 급증할 러시아 인력 수요에 대비하자.”고 말씀하셨다.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도 국내 러시아 전문인력이 투입될 것이다. 러시아어 사용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의 교류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전국 러시아 관련 학과 중 경기대 ‘러시아’ 학과는 전국 7위다. 이는 우리 경기대에서 지금 러시아를 전공하고 있다면 졸업 시점이 ‘대박’인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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