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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문화재, 너의 새로운 이름은
  • 신지빈 수습기자
  • 등록 2024-06-04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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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가 아니라 앞으로는 ‘국가유산’입니다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된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탈바꿈하며 ‘문화재’라는 용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새 출범한 지금, 본지는 바뀐 명칭과 분류 체계를 알아보고 출범을 맞아 특별개방하는 종묘 망묘루에 직접 방문해 봤다.

이제는 사라지는 단어, 문화재


 대한민국이 60년 넘게 사용해 온 ‘문화재’는 본래 일본 문화재보호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건만을 지칭한다. 이런 타국의 문법을 국내 문화재법에 적용하다 보니 무형유산 전승자인 사람과 자연유산은 문화재로 불리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과거 재화적 의미가 강했던 문화재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변경해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킴과 동시에 앞으로 창출될 미래 문화 가치를 전 세계에 나누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1962년 제정한 문화재보호법 아래 유지된 문화재 체계를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며 기존 명칭뿐만 아니라 유형별 분류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유형 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무형문화재 등 복잡·다양한 구분에서 유네스코 국제 기준인 ‘유산’ 개념을 적용해 지난달 17일부터 모든 유산을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출범은 국가유산청이 할게, 방문은 누가 할래? 


 오랜 기간 사용된 ‘문화재’란 명칭을 지우고 국가유산이라는 명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5월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유산’으로 명칭을 바꾸는 정비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총 9,534건의 △안내판 △지자체 부서 명칭 △홈페이지 △간행물 △교육명 △ 법인명 등을 ‘국가유산’으로 바꾸는 정비 작업을 추진해 지난 4월 기준 4,204건의 정비가 완료됐다. 


 국가유산청 출범을 맞아 국가유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행사도 잇달아 열렸다. 지난달 21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개최됐던 <코리아 온 스테이지> 공연을 시작으로 <2024년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이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한국 문화의 원형인 국가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알리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해 온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올해 국가유산 체계의 전환에 맞춰 명칭을 변경해 선보인 것이다. 이 밖에도 국가유산청은 역사 데이터 48만 건을 무료로 공개했고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을 포함한 전국 76곳의 국가유산을 지난달 15일부터 약 5일간 한시 무료 개방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종묘 망묘루와 조선왕릉 숲길 9곳이 오는 30일(일)까지 개방될 예정이다. 


지금만 볼 수 있어요, 종묘 망묘루


 기자는 국가유산의 출범을 맞아 처음으로 특별 개방하는 종묘 망묘루와 내부를 새로 단장한 향대청 전시관에 방문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종묘제례를 지내는 왕실 사당으로,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왕실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이는 현재까지 제사가 이어지며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지만 평일에는 국가유산해설사와 함께하는 관람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직접 방문한 종묘 망묘루의 누마루는 삼면이 개방돼 난간으로 둘러 싸인 마루로,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안쪽에서 종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한편, 종묘 정전 모형을 조립해 보는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망묘루 옆 향대청 전시관은 종묘의 주인인 신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그림책이 놓인 ‘드오실’, △왕 △왕세자 △제관 등 209명의 인물과 26종의 악기를 2만 개가 넘는 레고블록으로 표현한 ‘콜린 진의 <레고 오향친제반차도>’를 관람할 수 있는 ‘지오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종묘 △종묘제례 △종묘제례악의 의미와 가치를 담기에 충분했다. 정전 내부는 고목들로 울창했고 창문이 열린 망묘루에서 바라 본 풍경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직접 종묘 안을 거닐며 단순히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 속에 스며든 선조들의 의식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름을 짓는 것은 가치와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문화재’로 불린 역사의 산물들이 ‘국가유산’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지금, 이들이 물질적 의의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 


글·사진 신지빈 수습기자 Ι 20244024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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