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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간호법 제정안 두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보건 의료계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3-05-17 02: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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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파업에 들어간 의료현장, 국민의 건강권은 해치지 말아야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해당 제정안에 대해 명확한 업무 범위 제시로 과도한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데 적합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또 다른 보건 단체는 보건 의료계 갈등 양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본지는 간호법 제정 내용과 더불어 보건 단체가 해당 법안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하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18년 만에 통과된 간호법 


 간호법이 최초 발의된 2005년부터 정부는 독립적인 간호 관련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입법 무산으로 간호법 제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18년이 지나서야 간호법이 새롭게 제정됐다. 이전부터 간호 서비스는 보건 의료계의 필수 불가결한 업무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존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법은 그저 의사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개념으로 명시돼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정된 간호법은 점차 수요가 높아지는 간호 업무를 명확히 규정해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간호법은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 안을 직권회부1)해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간호법 중재안이 논의돼 여러 반발이 일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지난달 27일 야당의 주도로 간호법안이 의결됐다.


간호의 질 향상 기대하는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의 주 내용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지차체 지원 △간호사 인권침해 대응과 교육의무 부과 △간호인력 의료기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 등이 제시됐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해당 간호법 제정 소식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간협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8.9명 이지만, 한국은 3.8명으로 국가 인구 대비 현저히 적은 수치이며 이는 과도한 업무 부담 문제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간호사 이직률은 73%로 나타났으며, 신규 간호사의 경우 이직률이 1년 내 절반을 넘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간협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 의료계의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간호법 개정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왜 그들은 간호법 폐지를 요구하는가


 이번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보건 의료계는 서로 다른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해당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의 주요 쟁점은 △지역사회의 무면허 의료행위 가능성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을 고졸로 제한하는 행위 차별 논란 △타 직역에 대한 역차별 등을 근거로 들며 보건 의료계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간협을 제외한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직역 단체가 참여하는 의료연대는 단계적인 파업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으며 항의했다. 실제 지난 3일을 기점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며, 일부는 일찍이 병원 문을 닫는 등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간협은 해당 논란에 과도한 억측이라고 받아쳤고 의료연대가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협은 반대 측 입장에 대응하며 △의사 지도하에 진료 보조 명시 △별도의 교육 이수 시 간호조무사 지원 가능 △업무 범위는 기존 의료법과 같아 직역 침해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설명했다.


 이에 지난 4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현재 보건 의료계  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며 여당과 합의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지 결정하겠다”고 전하며 간호법 재의요구권 건의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분명 간호법 제정안의 취지는 간호사 처우개선을 중심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으로 보건 의료계의 갈등만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며 국민의 건강권 침해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나타남을 인지하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의 대립을 신속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1) 의안(議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더 이상의 논의가 불가능할 때,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이 주어진 권한으로 그 안을 국회의 본회의로 넘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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