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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세기는 추억으로, 21세기는 기억으로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5-17 02: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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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 기자에게도 5년 간 고이 간직한 소중한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면 △설렘 △그리움 △아련함 등 여러 감정에 둘러싸이곤 한다. 영화 ‘20세기 소녀’는 기억 한편에 간직해 둔 첫사랑을 소환하고, 그 시기에 느낀 풋풋한 감성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실제로 방우리 감독은 친구의 첫사랑 재회 이야기를 들은 뒤 잊고 있던 교환 일기장을 꺼내 그 속에 담긴 10대의 추억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1999년, ‘보라’는 심장 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연두’ 대신 연두의 첫사랑 ‘백현진’을 관찰해 소식을 전해주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정보를 더 알아내기 위해 절친 ‘풍운호’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고 뜻하지 않은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수술을 무사히 끝낸 연두가 돌아오면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생긴다. 연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풍운호였고, 첫 만남의 오해로 인해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보라는 연두를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 했으나 연두는 이를 원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운호는 갑작스럽게 뉴질랜드로 떠나게 된다. 보라는 운호가 가기 직전에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중 갑자기 뚝 연락이 끊기게 되며 더 이상 운호의 소식을 알지 못하게 된 보라는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보라의 집으로 운호 동생의 사진 전시회 초대장이 오게 되며 전시회에 간 보라는 운호 동생에게서 운호가 2001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보라는 운호가 캠코더에 남긴 녹화 테이프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조금만 기다려곧 만나러 갈게.

보고 싶어, 21세기의 네가

『20세기 소녀』 中

 

 20세기를 표현하기 위해 당시 많이 사용하던 △공동전화 부스 △삐삐 △비디오 등이 등장해 기성세대에게는 공감과 익숙함을, 신세대에게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방우리 감독은 가능한 모든 디테일을 가져와 세기말 분위기를 최대한으로 구현하기 위해 당시의 통신 장비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인터넷 사용이 막 시작돼 △공중전화 △삐삐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혼재된 상황이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보라는 공중전화를, 운호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장면을 담아냈다.

 이런 소품을 통해 20세기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21세기 사람들에게는 기억을 준 영화가 됐다. 어린 나이의 풋풋함과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저돌적인 행동들이 담겨있어 시청하는 내내 잔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영화를 시청하며 잠시나마 첫사랑을 추억해보거나 맑았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홍지성 기자 Ι 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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