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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부모에게 학대받고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 김현비 기자
  • 등록 2023-05-08 20: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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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핏줄이 족쇄가 됐을 때, 아동보호 조치 개선 촉구돼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학대하는 아동학대 범죄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해 즉시 발견하기 어렵고, 부모와 아동이 분리되더라도‘원가정 보호원칙’에 의해 아이들은 다시 지옥과 같은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단속 인원을 충원하고 현실에 맞는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본지에서는 재학대의 원인으로 지적되는‘원가정 보호원칙’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아동학대 


 지난 2020년 인천 5세 의붓아들 학대 살해 사건을 기억하는가. 인천의 20대 계부는 5살 의붓아들을 △목검으로 100여 차례 폭행 △사흘간 집 안 화장실에 성인 크기의 대형 개와 함께 감금한 상태에서 수시로 폭행 △거짓말을 했다거나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폭행해 중형을 선고받았다. 더해 그는 학대로 인해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피해 아동을 집으로 데리고 와 다시 학대했고 한 달 만에 살해했다. 


 이후 해당 사건의 발생 원인으로 관계기관의 소극적 대처가 지적됐다. 지난 2017년 1월 피해 아동의 상처를 본 시민은 경찰에 학대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형사입건하지 않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관리만 했다. 같은 해 3월 친모 신고로 계부가 입건돼 복지시설로 분리될 수 있었다. 계부가 여러 번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며 복지시설로 찾아갔지만, 경찰은 구두 경고만 했고 계부와 친모는 ‘아이와 가정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결국 아동은 2019년 8월 가정으로 복귀했다. 계부는 아이를 묶고 때리면서도 보호기관 전화상담에는 거짓말로 일관했으며 대면상담마저 거부해 아동은 집으로 돌아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망했다. 2년간 복지시설에서 보호조치 받던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 한 달 만에 숨졌단 점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분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최대 가해자는 부모, 도망갈 곳 없는 피해 아동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5만 3,932건으로 2020년 대비 27.6% 상승했다. 이 중 실제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 7,695건으로 2020년 대비 2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3만 1,486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83.7%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0년 82.1%보다 1.6% 높아진 것이다. 또한 재학대 사례는 5,517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4.7%를 차지하며 2020년에 비해 2.8%가 증가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하는 가정에서 학대가 가장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 또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대다수는 부모인데도 다시 학대할 우려가 없거나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아동학대가 발생한 원래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원가정 보호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인 원가정 보호원칙, 이제는 개선돼야 


 앞서 언급했듯 원가정으로 돌아간 아동이 다시 학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에 학대 피해 아동보호 조치가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일며 ‘원가정 보호원칙’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리가 신중해야 하는 만큼 원가정 복귀도 명확한 원칙을 두고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가정 보호 원칙’이란 아동보호 의무를 강화하고자 지난 2016년 신설된 아동복지법 조항으로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렇지 못할 시에는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하며 △아동과 가정을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학대 피해 아동이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민원으로 인해 가정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피해 아동의 84.6%는 원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자와 분리돼 친족, 시설 등에 보호되는 경우는 14.5%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동을 위한 환경이 마련돼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원칙을 진행하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분리의 목적은 아동보호인데, 표면적으로 72시간이 되면 돌려보내는 유명무실한 정책인 것이다.


 학대 피해 아동을 ‘원가정 보호원칙’에 의해 가정으로 돌려보낸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학대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아동을 형식적으로 보호하는 제도가 아닌 가정의 실체를 정확히 조사해 재학대를 예방하고 아동이 더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가정이 제대로 회복될 수 있게 도와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현비 기자 Ι rlagusql801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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