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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지구를 구하러 온 매력 덩어리, 못난이 농산물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3-30 1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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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 B급인생이라도 괜찮아
환경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닥쳐오는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전망한다. 머리로는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들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지구를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에 도전해봤다.

버리기 전에 생각했나요? 


 못난이 농산물이란 맛이나 영양 등 품질에는 이상이 없으나 선별 과정에서 모양 또는 크기가 균일하지 못해 등급 외로 분류되는 농산물을 일컫는다. 일찌감치 농업계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처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최근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기후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했고, 결국 이것이 못난이 농산물의 증가 추세를 낳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매년 농산물 선별작업 시 분류되는 못난이 농 산물은 총 생산량 대비 15~30% 가량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 농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농산물 폐기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이산화질소가 온실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상 기후를 촉진시켜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못난이 농산물의 폐기는 식량 불균형과 식량 문제의 심화를 가져온다. 전 세계의 8억 1,000만 명가량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지만, 단지 겉모습이 조금 망가졌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수많은 농산물은 이상 기후로 인한 식량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기의 지구, 못난이 농산물에서 대책을 찾다 


 이처럼 못난이 농산물의 폐기가 야기하는 수많은 부작용에 위기 의식을 느낀 소비자들은 세상을 바꾸기로 다짐했다. 경기 농정의 소비자 수요 인식 통계에 따르면 2,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1%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 경험이 있고 그 중 96%에 육박하는 소비자가 재구매 의사를 밝혀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 을 추구하는 실속형 소비자가 증가했음이 명확해졌다. 미국과 유럽 역시 농산물의 20~25% 이상이 유통 업체 기준 미달로 인해 대량 폐기를 겪고 있어 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규격외품 소비 운동이 확산 중이라고 전해진다. 세계적 흐름에 발맞 춰 국내 못난이 농산물 활용 및 판매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어글리어스’와 ‘어떤못난이’는 각각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패키지 정기 배송 서비스와 농축산물 및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밀키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못난이 농산물 판매 업체 ‘울퉁불퉁팩토리’는 직접 농장을 방문해 농산물을 수집하고 각 계절에 맞는 잼, 토마토 소스 등 저장식품을 만들어 판매해 선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충격! 지구를 구하는 것, SO EASY 


 이에 기자 역시 못난이 농산물 제품 구매에 동참해봤다. 단 한 번도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구입해본 경험이 없었던 기자는 신선하지 않은 제품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꾸러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상자를 열어보니 △각 채소가 출하되지 못한 사연 △종류 △보관 방법 △이번주 출하된 동종의 시세까지 상세히 적혀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특히, 설명서 하단에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얼마를 절약하고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 적혀 있어 뿌듯함까지 들었다.


'예스어스'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예스어스'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

 기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농산물과 비교했을 때 신선함 및 맛의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최대한 야채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 샐러드 웜볼을 만들어 시식해봤다. 고구마를 삶고 양배추와 버섯을 볶아 한 그릇에 담으니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못난이 농산물의 대다수가 △경기도 생산 농가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학교급식에 사용되기 위해 나왔다가 규격상 반려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제 값비싼 농산물과 신선도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물론,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상 기후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푸른 별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기에 우리는 환경 문제에 더욱더 예민하게 반응해야만 할 것이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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