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극단적 선택, 과연 옳은 표현일까?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3-03-30 14:18:36
기사수정

 우리는 때때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칭한다. 자살은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원인으로 당사자가 자유의사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라는 뜻이다. 과연 우리가 자살을 일컫는 말인 극단적 선택은 올바른 표현일까? 정부와 관련 기관은 유명인이나 주변인의 자살이 모방 자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자살’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수년 전부터 자살 대신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오히려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은 그 자체에 선택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중들은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암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투병이라고 표현하지만 정신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완곡한 표현이 자살을 예방한다거나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자살을 자살 혹은 사망이라고 표현한다. 한국 기자 협회의 자살보도 윤리강령에 따르면 “자살이란 용어를 헤드라인에 쓰거나, 사인을 자살로 밝히기”를 피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의 자살 보도는 대체로 조심스러워 자살을 확실히 표현해 사인 추측을 삼가는 분위기이기에 한국의 자살 보도 또한 변화의 필요성이 보인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자살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일지 모른다.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나종호 정신과 의사의 에세이 속한 구절이다. 자살은 당사자가 오랫동안 본인과 싸우다가 내린 결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극단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온전히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나긴 싸움을 극단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의 단면만을 비추는 것과 같다. 당사자의 아픔을 고려하지 않은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모방 자살을 막기 위해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주는 것일 수 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언론에서 자살을 자살이라고 표현하며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는 미뤄두길 바란다.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