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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실과 회복, 사랑과 이별 그 중간에서
  • 박준호 기자
  • 등록 2023-03-30 1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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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과 상실은 삶의 일부인가? 이는 책 <노르웨이의 숲>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일본의 시대상이 깊숙이 반영된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급변하는 1960년대 일본의 대학가를 담은 연애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연애보다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별과 상실에 대해 다룬다. 2000년대에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돼 많은 이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소설의 첫 장은 서른일곱이 돼버린 주인공 와타나베가 비행기 좌석에 앉아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을 우연히 듣게 되며 시작된다. 이 노래는 열여덟 해 전, 주인공이 사랑하던 나오코와 함께 갔던 아득한 초원을 떠올리게 한다. 초원에서 비롯된 주인공의 기억은 대부분 상실과 관련된 것이다. △친구 기즈키 △주인공이 사랑한 나오코 △나오코의 친언니 △나가사와 선배의 애인 하쓰미까지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은 사랑과 어쩌면 영원한 이별,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노르웨이의 숲이 전달하는 함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설의 냉담한 시대적 분위기 속 인물들의 행동은 무라카미 작가 특유의 은유적 문체와 합을 이뤄 한 시대가 특정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1960년대 일본의 패전 △서구 자유주의의 침범 △경제 부흥과 쇠퇴 △혼란 속 자유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사랑을 매개체로 상실과 회복을 계속한다. 그 시대는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노르웨이의 숲』 中


위 대사는 주인공이 비행기에서 오래전 추억을 회상하며 가장 먼저 떠올리는 나오코의 부탁이다. 나오코는 영원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인다. 훗날 주인공은 깨닫는다. 나오코는 지금의 추억도, 언젠가 시간 속에 점점 잊혀져 감을 알고 있기에 그런 부탁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상실을 극복해내야 하는가, 그저 잊어버려야 하는가?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인물들의 독백과 행동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 결론을 제시한다. 주인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 선택을 한 기즈키와 불현듯 사라져버린 나오코를 떠올리며, 그 아픈 기억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떠안은 상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 


 항상 기자의 서재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을 가끔 꺼내 볼 때마다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아마 책을 읽지 않는 동안 또 하나의 아픈 상실의 기억이 기자에게 추가됐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자신을 떠나간 모든 것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이 여러분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전환점이 돼줄 것이다. 


박준호 기자 Ι parkjunho@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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