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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교직원 보수보다 낮아지는 등록금 수입
  • 김화연 기자
  • 등록 2023-03-14 02:07:23
  • 수정 2023-03-14 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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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 피할 수 없는 대학가의 위기
최근 지속되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 전반이 위기를 겪고 있다. 신입생 충원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수많은 사립대학의 재정 수입이 등록금에서 나오기에 재정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 대학사회의 위기를 알아보고 극복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연재 형식의 기사를 준비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한 대학의 위기에 대해 1087호까지 4호간 기사가 연재될 예정이다. 이번 기사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들이 처한 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룬다.

캠퍼스로 불어오는 저출산의 영향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령인구(6~21세)는 지난 2017년 846만 1,000명에서 작년 748만 2,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 이어졌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이 2020학년도 46만 5,000명에서 2022학년도 42만 8,000명으로 떨어진 것이다.

 

 저출산 추세는 지속될 것이고,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도 꾸준히 감소한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정원 정책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대학 입학가능인원은 오는 2024년에 39만 3,618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2025년부터 2031년까지는 입학가능인원에 큰 변동이 없는 유지기가 예상되며, 이후 2032년부터 다시 감소기가 시작돼 2040년엔 28만 3,017명에 달할 예정이다.

 

입학가능인원의 지속적 감소정부의 대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 신입생 미충원을 방지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점차 대학 입학 정원을 줄여 왔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2023년까지 입학정원 16만 명 감축을 목표했다. 이에 따라 3년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해 최우수 등급을 받지 못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입학정원이 6만 1,000명(-11.2%) 감축됐다. 수도권은 7.0%, 지방은 13.6% 감축됐으며, 특히 서울은 3.3%, 지방 비광역시는 15.2% 감축돼 지방 소멸의 영향이 드러난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 지방대에 불리했으며, 지방대 육성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시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하위 36%를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눠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나머지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해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겼다. 또한 지방대를 배려하기 위해 권역별로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했다. 정원 감축을 대부분 대학 자율에 맡기자 2018~2021년 정원 감축 규모는 1만 2,000명에 그쳤다. 이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4년제 대학은 247명 감축에 그쳤다. 결국 2021년 지방대 정원 미달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당시 교육부는 학생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방침으로 정원을 줄이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정원 감축을 전면 대학 자율에 맡기고, 충원율 평가를 강화했다.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에서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정책에 불만을 표출했다.

 

 대교연은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개혁청사진 없는 ‘땜질식’ 정책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대학 간 불균형 심화와 대학 재정 위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정부의심되는 정책

 윤석열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윤 정부의 교육부는 작년 9월 발표한 ‘대학 적정 규모화 계획’을 통해 96곳의 대학에서 1만 6,197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는 2024년에는 입학 가능 인원이 39만 명대로 감소할 예정인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작년 4월 발표한 ‘2024학년도 대학입시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체 대학 정원은 약 47만 명이다. 입학 가능 인원이 모집 정원보다 8만 명가량 부족해 78.7%에 달하는 신입생 충원율이 예상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면 대규모 미달 사태가 일어날 전망이다.

 

 또한 지역 간 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적정 규모화에 참여한 서울에 있는 일반대학은 △고려대 △국민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한성대 △홍익대 등 6곳뿐이기 때문이다. 이외의 수도권 대학들은 일회성인 지원금보다 정원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전체 감축 인원의 87.9%를 비수도권 대학이 차지한다. 서울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등록금이 수입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원 감축은 문어가 제 다리 잘라 먹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의 감소가 대학 재정 위기로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의 특성 탓에 신입생의 감소는 고스란히 등록금 수익의 감소로 이어진다. 대교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속되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사립대 학부 등록금 수입은 지난 2020년(10조 2,953억 원)에서 오는 2024년 8조 9,981억 원(-12.6%), 2040년 6조 8,186억 원(-33.8%)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로 따졌을 때, 수도권(-8.2%)과 충청권(-12.6%)이 상대적으로 양호했고 그 외 권역은 20% 내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학 재정 위기와 지역 소멸의 위협이 점차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학의 위기 속에서 14년째 동결 기조가 이어진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14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중심에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있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정부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고,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법정한도는 직전 3개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인데, 대학들이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적었기에 등록금이 동결돼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많은 대학들이 위기에 처하자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올해 물가상승률을 3.5%로 가정했을 때, 최대 40만 원 까지도 등록금이 인상될 수 있다.

 

 사실 한국의 등록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낮지 않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국공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4,814 달러(약 416만 원)으로 27개국 중 8번째로 높다. 사립 대학의 경우 8,621달러(약 745만 원)으로 14개국 중 6번째로 높다.

 

 문제는 대학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1)는 1만 1,287 달러(약 1,626만 원)로 OECD 평균치인 1만 7,559달러(약 2,530만 원)보다 낮은 수치다. OECD 회원국 38개 중 30위다. 이 중 민간 재원의 비율도 61.7%로 OECD 평균인 30.8%에 비해 크게 높다. 한국 가정이 부담하는 등록금 등의 대학 학비가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인 것이다.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들

 이같은 대학가의 위기에 수많은 대학은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다. 작년 8월 교육부에 따르면 등록금 수입이 교직원 보수와 교내장학금을 더한 액수보다 적은 사립대학이 전국 35곳이었다. 등록금 수입으로 교직원 인건비와 교내장학금도 충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35개 대학 중 등록금 수입액만으론 교직원 보수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대학도 23곳이나 됐다. △시간강의료 △조교 인건비 △임시직 인건비는 교직원 보수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와 더욱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이번 위기는 비단 비수도권 대학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35개 대학 중엔 유명 사립대학을 포함해 서울에 위치한 대학만 4곳이 포함됐으며, 인천 1곳, 경기 7곳까지 총 수도권 12개 대학이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교육·연구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교비회계에서 2011년 약 14조 4,300억 원이었던 등록금·수강료 수입은 2020년 약 13조 2,1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보수·관리비(10조 8,600억 원→12조 8,000억 원), 교내장학금(2조 3,600억 원→2조 6,000억 원)은 늘었는데 교육·연구비는 약 5,700억 원에서 약 4,2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역량 하락으로 이어진다.

 

 경주대의 경우 2년 넘게 임금 체불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교직원은 90여 명, 체불액만 45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주대학교 기획조정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7~8년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되고 있는데, 재정지원제한대학에는 고등학교에서 원서조차 쓰지 못하게 막아버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김화연 기자 Ι khy7303@kyonggi.ac.kr

 

1) 사교육비를 제외하고 정부나 민간 등에서 교육기관에 투입하는 재원

덧붙이는 글

오는 27일 발행될 본지 1085호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에 직접 찾아가 △교육 △자치단체 △주변 상권 등을 취재해 위기를 맞은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의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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