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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번개장터, 스니커즈 문화의 구심점으로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03-14 01: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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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으론 못 담는 가치!
지금 당신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가? 어쩌면 수많은 독자가 몇 년 새에 트렌드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가장 독보적인 장르,‘스니커즈’를 신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몸집을 부풀려온 리셀 시장에서도 스니커즈 시장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본지는 국내에 자리 잡은 스니커즈 리셀 문화와 스니커즈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크림에서 화면 너머로 보던 신발들 여기 다 있다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이 장악한 리셀 거래를 오프라인 점포로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0년 12월, 영등포점에 국내 첫 스니커즈 리셀 오프라인 매장 ‘아웃오브스탁’을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압구정 명품관에 리셀 편집숍 ‘스타디움굿즈’를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2월, 더현대 서울에 번개장터와 협업한 스니커즈 리셀숍 ‘브그즈트 랩(BGZT Lab)’(이하 BGZT 랩)을 오픈했다. 

 


 기자가 방문한 BGZT 랩은 더현대 서울 영 패션관인 지하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36평으로 더현대의 다른 매장들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슈프림과 나이키의 협업 제품의 모델들이 전시된 키네틱 월이 관객을 맞이한다. 다만 미관상의 불빛을 너무 과하게 사용한 탓에 모델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스니커즈 월의 모델들은 직접 만져보거나 구경할 수 있도록 벽 전체에 진열돼 있다. 번개장터 내부 인기도와 브랜드 협업 유무로 선정된 216족을 전시한다. 전시된 상품들은 비닐로 꽁꽁 포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태를 분간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내 리셀 대중화의 일등공신 ‘지디 포스’, 얼만지 볼 수 있어? 


 최근 BGZT 랩은 3호점까지 오픈하며 오프라인 리셀 매장 유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토록 리셀의 범위를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이유는 리셀 시장과 스니커즈 리셀 문화가 점차 확대돼 현재는 떠오르는 주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늘상 존재해왔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 리셀 문화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19년, 나이키의 스테디셀러 모델인 ‘에어포스 1’과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협업 프로젝트였던 파라노이즈 첫 번째 시리즈, 일명 ‘지디 포스’의 발매 영향이 크다. 



 위 사진 속 모델이 바로 ‘지디 포스’다. 실착은 불가능하지만 가격은 아웃솔 부분의 QR코드를 찍으면 번개장터 앱으로 연결돼 곧장 검색해볼 수 있다. 가격은 국내·외 사이트 각각 2곳을 참고해 산정하며, 월요일마다 변동된다고 한다. 즉 제품을 비교적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타이밍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컨텐츠의 싸움, 리셀 전문 플랫폼들의 등장 


 지디 포스의 등장 이후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개인 간 거래에 집중하는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지난 2020년 출시된 앱 서비스들이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꾸준한 성장과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네이버가 론칭한 ‘크림(KREAM)’ △KT 엠하우스가 선보인 ‘리플’ △무신사가 오픈한 ‘솔드아웃’등 다양한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크림은 같은 해, 매월 전월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 성장률을 기록했고, 론칭 1년 만에 누계 거래액 2,700억 원을 돌파하며 현재는 명실상부 국내 리셀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됐다. 


번개장터는 BGZT Lab을 왜 만들었을까 


 그런데, ‘번개장터’는 태생부터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아니던가. 번개장터는 어째서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을까, 바로 이 의문이 기자를 BGZT 랩으로 이끌었다. 


 지난 2020년 리셀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나타나 출사표를 던지기 전, 2019년의 리셀 시장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중고거래 플랫폼뿐이었다. 그리고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에서 숫자로 나타난 스니커즈 거래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진 몸집을 자랑했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1조 원에 달했던 번개장터의 거래액 중 약 10%가 스니커즈 카테고리에서 발생했고, 평균 거래 단가도 수십만 원에 달했다. 더군다나 57만 건의 거래와 82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스니커즈가 2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즉, 번개장터는 자신들의 인기 품목을 공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전략적으로 세운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자는 BGZT 랩 방문을 통해 지금까지의 리셀 시장에 존재했던 아쉬움을 오프라인 매장이 일부 해소시켜 줌을 느꼈다. 리셀 시장은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기 전까지 실물을 만져보거나 구경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한정판 및 협업 모델들은 직접 매장을 찾아 나서도 실물을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BGZT 랩은 본래 리셀 시장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보완함과 동시에 소비자의 만족감을 채워준다. 또한,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이 선정한 가장 인기 있고 적당한 가격의 스니커즈 20족을 실착해 볼 수 있는 풋셀존이 착장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과 함께 마련돼 있어 실착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누군가에게는 재테크, 누군가에게는 보물 1호, 누군가에게는 패션 아이템 


 아마 리셀만큼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쉽고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태크는 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소비를 즐기면서 실속도 함께 챙길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리셀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BGZT 랩은 스니커즈 문화 그 자체의 대중적 확산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기자는 처음에 이곳이 마니아들만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브랜딩 사업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덧 스니커즈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BGZT 랩 1호점의 1년간 누적 방문자 수는 약 21만 명으로, 그중 18~34세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의 방문 비중은 80%로 나타났다. 기자는 스니커즈가 해당 나이대의 소비자들에게 정체성 표현의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스니커즈는 자신을 위한 투자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도 간편하다. 매일 신을 때 행복하고, 신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스니커즈가 주는 가치가 일반적으로 목표하는 명품 그 이상인 것이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들이 인스타그램과 같이 이미지 위주로 재편된 것도 씬의 성장에 박차를 더했을 것이다. 


 최근 스니커즈 씬에서는 에어 조던 시리즈가 굉장히 주목받은 바 있다. 스니커즈는 조던을 시작으로 힙합이라는 문화와 스트릿 패션이라는 장르를 만나 변주되며 ‘패션 트렌드’로서도 그 기반을 확대했다. 더 나아가 셀럽과 연계한 한정판 마케팅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국내에서 크게 성장했다. 번개장터는 기업이 스니커즈 시장의 특징과 흐름을 얼마나 잘 파악했는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듯 BGZT 랩의 설립을 통해 내부 유입을 꾀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그게 돈이 됩니까?


 매장 안쪽으로 돌면 스니커즈 외 다른 상품을 전시하는 매대와 갤러리 월이 있고, 그 옆에는 물건을 사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 픽업 앤 드랍 존이 있다. 물건을 구매하면 BGZT 직원들이 포장해 보내주며,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캐비닛에 넣어 구매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마련돼 있다. 갤러리 월은 스트릿 아트가 전시돼 있는 모습인데, 이곳에 있는 모든 피스는 구매 가능하며 구매한 피스는 3개월 전시가 끝나면 구매자에게 배송된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BGZT 랩이 이 같은 오프라인 판매로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리는 것은 다소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기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성장세에 합류한 것이 아니라 스니커즈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고 느낀다. 스니커즈가 우리들과 가까워질수록 기존 마니아 중심이었던 참여자들이 대중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온 번개장터와 BGZT 랩이 스니커즈 씬의 구심점이 돼 부디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도모하기를 바란다. 


글·사진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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