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와이파이] 역사에 기록될 대지진, 생명을 우선하는 협력이 필요한 때
  • 박준호 수습기자
  • 등록 2023-03-06 09:38:36
기사수정
  •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도움의 손길, 하지만 시리아를 향한 구호는 미흡한 상황
지난달 6일, 두 차례의 강진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역을 강타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이번 지진을 향해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로 다른 나라의 지원과 구호물자 제공에 제약을 받고 있다.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규모 7.8·7.5의 대지진 발생, 헤아릴 수 없는 피해 규모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국경지대를 강타한 이번 지진은 현지시각 오전 4시경 규모 7.8의 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의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발생한 뒤, 9시간이 흐른 오후 1시경 규모 7.5의 지진이 다시 한번 가지안테프 옆 가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발생해 피해가 상당했다. 최대 규모 6.7에 달하는 수많은 여진의 발생은 이번 지진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소였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난달 20일 기준 사망자 수를 4만 1,020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리아에서의 사망자가 최소 9,3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해 유엔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역에 최소 87만 명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 지진의 막대한 피해 규모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 소외당하는 시리아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95개국, 16개 국제기구가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동조해 한국도 긴급구호대를 파견해 구조 활동을 돕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를 향한 구호 활동은 미비한 실정이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12년 동안 시리아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으로, 내전에서의 인권 위반 및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됨에 따라 대부분의 국제사회에서 제제를 받고 있는 곳이다. 유엔은 지난 2014년부터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내전 피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진행해 왔지만,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서부 지역을 잇는 육로는 단 한 곳으 로 제한됐다. 그 이유는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관계에 있는데, 시리아는 철저한 러시아의 우방 국가로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유엔 안보리에선 국경 통로를 4곳으로 늘리자는 제시안이 채택됐지만, 유엔의 지원이 반군에게 흘러갈 염려가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국경을 잇는 육로는 현재까지도 단 한 곳인 상황이다. 지진으로 끊겼던 구호품 운송이 지난달 9일부터 재개되기까지 시리아 지역에서의 지진 초기 대응 행태는 국제사회의 방치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생명보다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어야 하기에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단일 통로로 구호물자 운송을 제한한 현재의 안보리 규정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육로 한 곳으로도 피해지역을 돕는 데 무리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심지어 시리아 당국마저도 지진 발생 후 이틀이 흐른 지난달 8일 까지도 국제사회에 원조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피해지역이 반군의 영향권 하에 있다는 게 그 이유였으며, 닷새가 흐른 10일에서야 비로소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을 승인한다 고 밝혔다. ‘하얀 헬멧’이라고 불리는 시리아시민방위대(SCD)는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과 만나 인도적 지원 제공을 방해하는 정치 세력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추가통로 개방에 관한 유엔의 흐리터분한 태도를 비판한 뒤 "관료주의 탓에 많은 시리아인들이 죽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생명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여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생명보다 결코 앞설 수 없으며 생명이 수단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정치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지진 사태는 국경을 뛰어넘는 초국가적 협력, 진리만을 추구하는 세계기구의 신념이 발휘돼야만 하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박준호 수습기자 Ι parkjunho@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