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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메인] 제도적 난관으로 고통받는 중소기업 의료노동자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12-28 15: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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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근로 환경 다수
지난 7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중소 병·의원 노동 실태조사(4,058명 대상)에 따르면, 의료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계약) △제54조(휴게) △제56조(연장·근로·휴일) △최저임금법 등이 위반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본지는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이 어떤 제도적 난관에 부딪히고 고통받고 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불합리함에도 생각보다 흔한 급여 지급 관행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실태조사 인원 중 △14.9%는 연장근로수당 △7%는 야간근로수당 △40.7%는 휴일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추가수당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급여마저도 대부분의 중소 병·의원에서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실제로 응답자 중 13.1%가 생활임금 미만의 실수령액을, 1.4%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급받고 있었다.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변형지급되는 이유 중 하나로 병·의원에서 네트제를 관습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네트(Net) 급여제란 세후 확정 금액을 사전에 설정해 근로자는 기존에 약속받은 금액을 받으며, 갑근세 및 각종 보험료 등을 사업주가 부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네트제는 법적 용어가 아니고, 법으로 규정된 급여제도 아니다. 이 때문에 병·의원 근로자 대부분은 세전 금액이 아닌 세후 금액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받아 임금체불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연말정산 시 환급액이 나올 경우 법적으로 해당 근로자에게 정산돼야 하지만 병·의원 측에서 회수해가 문제가 되는 상황도 여럿 나온다.


 임금명세서 미교부의 비율(16.3%)이 타 중소기업보다도 높다는 것 또한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 의료노동자는 “분명 달마다 근로 시간이 다름에도 임금 명세서를 주지 않기에, 월급이 똑같이 나와도 세부 사항을 확인해 볼 수 없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물론 오랫동안 관행이 돼온 급여제,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공정한 근로 환경을 위해 이러한 관행은 지양됨이 맞으며, 관습적으로 사용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되도록 제도적 환경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의료인 절반 이상이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의료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요인 중 휴가 관련 불이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권익센터에서 부산지역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0.2%가 연차휴가를 비자발적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 참여자들은 그 이유로 대체인력이 없는 경우를 84.4%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사용에 눈치가 보이는 경우(11.7%)를 언급했다. “초상을 치더라도 자비로 대체 근무자를 찾아야 한다”라는 한 참여자의 말처럼 현재 중소 병·의원에선 휴가 사용에 있어 의료노동자들을 위한 배려가 행해지지 않고 있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휴가 사용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돼왔다. 코로나19로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받아본 경험은 22.2% △무급휴가 사용을 강요하거나 근무시간을 변경한 경험은 17.4% △무급휴직한 경험은 9%에 달하는 등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8.7%)이 휴가 관련 불이익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기관의 규모에 상관없이 의료인들이 실태조사나 토론회에서 제도적 난관의 원인으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협약의 공백,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현장 실태조사의 부족 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중소 병·의원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의료계에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은 오래전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을 필두로 근로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와 현실에 조금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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