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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함께하는 순간, 삶이 짜릿해진다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12-02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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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역전을 꿈꾼다면, 킹키하라!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진정한 ‘쇼’를 즐기고 당신에게 외치 는 한마디, “킹키하라!”
본지는 관객과 배우가 하나되는 화려 한 쇼뮤지컬 <킹키부츠>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킹키부츠의 현장 속으로


 “네 인생, 네 미래는 바로 이 공장에 있어. 넌 여기 있어야 해” 뮤지컬 <킹키부츠>는 주인공 찰리가 Price&Son이라는 구두 공장을 물려 받으며 시작된다. 구두가 인생의 길을 인도해 준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와 달리 구두와 공장에 그 어떤 감흥도 없었던 찰리는 졸지에 물려받게 된 공장과 자신만 바라보는 직원들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활발해진 해외 수입으로 공장이 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런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중 찰리는 우연히 드랙 퀸 ‘롤라’를 만나게 된다. 그는 건장한 남성이 △진한 화장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드레스을 입고 있는 모습에 영감을 받게 되고, 이에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틈새시장으로 내세우게 된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지난 2013년 브로드웨이의 성공적인 개막 이후, 지난 2014년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에서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진 작품이다. 이는 뮤지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안무상 △음향디자인상의 6관왕을 기록할 만큼 전세계의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국내 초연 이후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해당 작품은 지난 달 23일까지진행된 서울 공연 이후 △대구 △성남 △이천 △여수 △용인 △고양 △부산 순으로 지방 순회 공연 중에 있다. 최근 성남 공연이 마무리 돼, 오는 26일(토)부터는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총 2일 간의 여정이 이뤄지며, 이후 다음 달 10일(토)부터는 용인포은아트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잠깐, 이거 신발 이야기인거 아시죠? 그냥 신발!


 신발에서 시작된 킹키부츠의 이야기는 ‘그냥 신발’이라고 칭하기엔 아주 깊고 커다란 가치를 담고 있다. 이에 기자는 본 작품에서 없어선 안될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롤라는 앞서 말했듯 ‘드랙 퀸’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여기서 드랙은 사회가 규정하는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겉모습을 꾸미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러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젠더 특성을 공연하는 사람을 드랙 퀸이라고 한다. 이에 롤라의 본명은 ‘사이먼’으로 남성성을 강요했던 아버지의 욕심에 떠밀려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활동하던 인물이며, 롤라는 사이먼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만들어낸 가명이다.


 이러한 설정 때문인지, 해당 역할은 유난히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 된다. 이는 롤라와 사이먼의 대비를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롤라의 화려한 △화장 △ 드레스 △구두와 이로부터 나오는 앙칼진 말투와 요염한 몸짓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인정하고 표현하는 요소라고 느꼈다. 하지만 드레스 없이 평범한 남성복을 입고 출근한 날, 평소와 달리 공장 직원의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화장실로 도망간 장면을 통해, 어쩌면 롤라의 화려함은 페르소나적인 요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찰리가 롤라에게 “사이먼! 공항에는 네 여권 사진과 비슷하게 좀. 하고 올래? 우리 둘 다를 위해서 말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당당하다는 말과 달리 드랙 요소 없이는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숨기는 롤라의 모순된 모습에 대한 찰리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코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 엔젤役 윤현선 배우의 인터뷰


엔젤役의 윤현선 배우

 앞서 말했듯, 롤라와 찰리 또한 여느 작품들과 같이 발단과 전개에 따른 위기를 맞이한다. 킹키부츠로 하나 돼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그들에게 상처 가득한 분열이 일어날 때, 끝까지 옆을 지킨 인물이 있다. 이는 바로 ‘엔젤’이다. 엔젤은 리더인 롤라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여섯 명의 드랙 퀸이다. 이에 본지는 엔젤을 연기한 윤현선 배우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엔젤에게 롤라는 어떤 존재일까요?

 엔젤들에게 롤라는 구세주일지도 몰라요. 작품에서도 느끼셨겠지만 드랙 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사람들이 갖는 편견이나 무시는 굉장하죠. 이런 엔젤들에게 공동체를 구성해주고 쇼를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바로 롤라입니다.


Q. 반대로 롤라에게 엔젤은 어떤 존재일까요?

 롤라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엔젤들은 롤라가 꼭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여섯 엔젤의 개성은 롤라의 여섯 가지 자아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Q. ‘킹키하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공연장 밖을 나가서도 △오늘도 △내일도 킹키부츠를 통해 받은 메세지를 수행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킹키부츠 관람 후 관객들은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나가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서 스트레스를 받고 웃음을 잃기도 합니다. 이때 저희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일상에서 수행해보길 권해요. 또한 “One, 솔직하게. Two, 뭐든 도전해봐. Three,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줘. Four, 사랑해. Five, 자신을 믿어봐. Six, 맘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의 킹키부츠 행복의 6단계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Q. 작품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꾸준히 체중관리도 하고, 어떻게 움직이면 더 예뻐 보일지 계속 연구했어요.


Q.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항상 진심인 모습으로 기억에 남길 바래요. 관객에게 행복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저희도 무대 위에서 행복을 더 찾으려 노력하거든요.


Q. 킹키부츠를 사랑하는, 사랑하게 될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킹키부츠의 넘버 ‘Raise You Up’의 가사처럼 항상 우리가 옆에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킹키부츠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지니는 가치는 무한하다. △배우가 내뱉는 대사로 △그 대사 속 호흡과 미세한 떨림 으로 △배역에 몰입한 배우의 표정으로 △이를 더욱 극적으로 나타내는 노래와 안무로 생각지 못한 교훈을 주기도, 잊어선 안될 역사를 상기시키기도 하며 동시에 공감과 용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에 <킹키부츠>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주옥같은 대사와 가사로 뮤지컬의 가치를 마음껏 뿜어낸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본 작품의 메시지는 다소 뻔하고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뻔해진 이유는 해당 주제가 흔하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킹키부츠는 드랙 퀸이라는 특이한 설정과 사방이 번쩍이는 화려한 무대로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뻔하지만 그만큼 기중하고 견고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건냈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타인의 평가와 비교 속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가 “Be yourself.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라는 롤라의 말을 되뇌이길 바란다.


글·사진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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