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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파괴적 충동, 가사 속 그에게 덜어낼 수 있기를
  • 김화연 기자
  • 등록 2022-11-14 1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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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생활 속에서 한 번쯤은 우울을 경험했을 것이다. 2003년 이후 지난 2016~2017년도를 제외하고 모두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 가능성이 높다. 우울은 쉽게 파괴적 충동으로 이어진다. 파괴적 충동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한 사람들 중 일부는 비자살적 자해를 선택하기도 한다. 비자살적 자해란 자신에게 물리적인 손상을 가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기 파괴를 포함한다.

 

 기자도 최근 깊은 감정의 늪에 빠져본 경험이 있다. 평소 가볍게만 살아왔기에 그러한 상태는 익숙지 않았고,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채로 일상에 치이며 살던 중,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노래가 우연하게 나를 활로로 꺼냈다.

 

 그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충동 1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노래의 가사는 파괴적인 충동과 자해의 암시로 가득했다. 그 가사가 역설적으로 위로가 돼 다가왔다.

 

나는 사람이 많은 퇴근길에 죽을 거야

아파트 옥상에 올라 한참 낮은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고민도 걱정도 없이 이 몸을 던질 거야

『충동 1분 中』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죽음의 얘기로 가득한 가사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곡은 단순히 자살을 결심한 자의 ‘자살 선언’이 아니다. 이 곡의 앨범 소개에는 ‘1분 1초 진심과 가심을 오가며 시끄러운 혼잣말로 사방을 메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자살을 향한 목소리는 완전한 진심이 아니며, 우울 속에 갇혀 고민하는 혼돈의 외침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침은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혼돈의 외침을 보고 동질감을 느낄 수도,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을 느꼈든 잘못된 것은 없다는 점이다. 가사를 보고 동질감을 느꼈다면 당신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우울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느끼길 바란다. 기자는 이 가사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동질감과 함께 가사 속의 파괴적인 단어들을 즐겼다. 그렇게 화자의 의지로 대리만족을 경험하고, 화자에게 내가 가진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도 하는 도움을 받았다.

 

 오랜 시간동안 높은 자살률로 불명예와 함께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의적 자해가 3년 새 2.6배가량 폭증했다. 또한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PTSD를 겪고 있다. 우리의 주변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누구나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네 세상이 우울에 빠지기 쉽더라도, 쉽게 헤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 노래도 그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화연 기자 Ι khy730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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