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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간다움은 삶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나온다
  • 김도욱 기자
  • 등록 2022-11-14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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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을 단념할 수 없었던 한 사내가 있다. 배고픔도 모르고, 실용성을 위해 고뇌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요조’. 그는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에 자신은 괴로워하지 않음을 의아해하며 인간의 삶에 공감하지 못한다. 위선적이고 잔혹한 인간의 본성 또한 이해하지 못하며 타인에게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고,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마음에 원하지도 않는 익살을 떤다. 언젠가 친구가 그에게 건넨 고흐의 자화상을 ‘도깨비 그림’이라 했을 때 요조는 생각한다. 어쩌면 대가들은 본인이 마주한 도깨비 같은 두려움을 익살 따위로 얼버무리지 않고 본 그대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러고는 결심한다. 도깨비 그림, 익살 밑바닥에 있는 나의 음산함을 그대로 담은 그림을 그릴 거라고.


 학업을 위해 도쿄로 상경한 이후 방황하던 요조는 친구를 사귀고 여러 여자를 만났지만 그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두려움은 해소되지 않는다. 도깨비 그림을 그릴 것이라 다짐했던 청년은 조잡한 잡지의 무명 만화가로밖에 활동하지 못하며 본인의 음산하고 우울한 내면을 더 깊숙이 숨긴다. 암울한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익힌 △술 △담배 △매춘 △약물 따위는 오히려 그의 몰락을 앞당겨온다. 결국 요조는 주변인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본인을 인간실격자로 규정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무저항은 죄입니까?

‘인간실격’ 中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향년 37세의 나이에 숨을 거둔다. 물론 이 책을 작가의 자전 소설로 온전히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작품과 유사한 그의 일대기를 생각했을 때 작품 내용 일부는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런 의미로 해석했을 때 작가는 ‘음산한 도깨비 같은’ 자서전 을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으로 표현해냈다고 볼 수 있다.


 요조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타인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았기에, 마주한 시련에 맞서려 들지 않고 계속 도망친다. 다시 삶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도망쳤고, 생애 대부분을 남에게 의존하고 피해 입히며 살아왔다. 무저항을 통해 인간실격자가 된 것이다.


 기자는 요조의 생애를 보며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현대인들이 흔히 앓고 있는 우울증은 요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대응 방식에 따라 내면의 우울을 극복해낼 수도 있고, 우울에 사로잡혀 피폐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요조의 유년 시절이 그러했듯이 인생은 부조리하며, 추악하고 위선적인 인간의 본성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에 저항할 때 비로소 인간을 인간답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그가 도깨비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을 순간처럼 말이다.



김도욱 기자 Ι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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