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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2-11-14 1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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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평택 SPC계열 제빵 공장에서 23살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를 이용해 작업을 하던 중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사회 초년생임에도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사고 다음 날 회사 측은 사고 현장만 천으로 가려놓은 채 다른 기계로 공정을 재개했다. 이 사건으로 전 국민은 사망자를 향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고 기업의 미흡한 안전 의식과 대처에 비난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장의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통 혼합기 업무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 2인 1조로 작업을 하지만 당시 사고에는 이 근무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현행 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덮개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사망자가 작업했던 소스 배합기는 사고를 방지할 안전 덮개가 달려있지 않았고, 이물질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멈추는 비상 제동 장치도 없었다.


 또한 반복적이며 과도한 업무도 문제로 제기됐다. 주야 2교대로 12시간 동안 일해야 하며 많은 작업량을 처리해야 한다는 체력적 부담도 있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사망자는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온몸에 멍이 든 채 퇴근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기 충분했다.


 지난 15일 사고 이후 SPC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세우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틀 만에 노동자 손가락 절단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장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며 노동자의 권리 보장의 절실함이 다시금 드러났다. 이와 같은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태도 개선이 우선적이다. 기업의 성장은 여러 노동자의 노동과 땀의 가치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 사회의 기업은 그저 끊임없이 일해야만 하는 ‘기계’로만 노동자를 대한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향한 대우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기업은 노동자에게 정당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근무 현장의 실태 파악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정서희 기자Ιseohee096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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