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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어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11-14 1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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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잠에 들기 위해 불을 끄면 멀쩡하던 옷장이 삐거덕거리고,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는 어린 시절의 무모하고 순수한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인간 세계의 아이들에게 겁을 주며 얻는 비명 소리, 일명 ‘비명 게이지’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그중 주인공 ‘설리반’은 자신만의 겁주기 스킬로 매번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사내 최고 몬스터다. 그의 친구 ‘마이크’는 설리반의 멘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설리반과 함께 실적 1등을 기록하는 최우수 콤비로 불린다. ‘랜달’은 호시탐탐 1위의 자리를 노리는 만년 2등이다. 그는 욕심에 눈이 멀어 규칙을 어기고 인간 세계로 통하는 문을 몰래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인간 세계의 어린 아이가 몬스터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인간은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였기에 설리반과 마이크는 아이를 무서워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보호본능과 사랑을 느낀다.


 해당 작품의 결말을 먼저 말하자면, 설리반과 마이크는 아이들의 비명소리 보단 웃음소리가 더 큰 에너지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결말을 보면, ‘비명 게이지’는 다소 이상하고 불편한 설정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작품 속 몬스터들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공포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기괴한 시스템 속에서 그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고 그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큰 공포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할 뿐이었다.


이름을 붙이게 되면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힘들어

- 몬스터 주식회사 中 -


 이때 이를 알아차리고 이겨낼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아이였다. 설리반은 갑작스레 찾아온 아이로부터 난생 처음 부성애를 느꼈고 그로부터 나오는 불안함과 걱정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을 경험했다. 이에 기자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음만이 사랑일까? 그 작은 아이를 더 이상 무섭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비명 게이지’ 대신 ‘웃음 게이지’를 만든 그 진심 어린 걱정이 사랑이 아니면 뭘까? 사랑은 크게 대단한 감정은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지는 특유의 견고함은 누군가를 살아가게 하고 다양한 형태로 어디서든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겁을 주기 위해 찡그리기만 했던 얼굴에 걱정 가득한 울상이 피어나는 것. 장난기 가득했던 목소리 대신 무사하다는 안도감에 탄식을 내뱉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기자가 작품을 통해 느낀 진정한 사랑의 형태이다.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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