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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천원의 아침밥 제도, 현실은 1,000원 인상된 학식 가격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2-10-22 13:25:27
  • 수정 2022-10-22 13: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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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때
전년도 대비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며 전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비롯한 식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지금, 많은 대학교에서 학식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치솟는 가격에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절차라는 입장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김민정 집행위원장과 농림축산식품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상되는 학식 가격과 이에 따른 정부 측의 제도를 알아봤다.


전년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5.6%, 생활물가지수 6.5% 상승


 소비자물가지수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량을 측정해 수치화한 것으로,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하고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크게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 △신선식품지수로 나뉜다. 이 중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생활에서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수가 많아 소비자들이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물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표로, 기본생필품인 쌀과 달걀 등을 중심으로 총 142개의 품목을 선정해 측정하고 있다.


 현재 편의점 초코파이 한 상자가 4,800원에서 5,400원으로 인상되는 등 실생활 속에서도 변화를 느낄 정도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는 5.6% 상승했으며,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도 대비 6.5%나 상승했다. 심지어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의 한국 물가상승률이 전년도 대비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담되는 생활비, 비싼 학식

생활비 부담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무 1개 소매가는 약 4,000원으로 전년 대비 107.8% 상승했고 양파 1kg 은 약 2,600원으로 26.9% 상승한 수치가 나타났다. 지난 10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9월 대비 8.7% 올라갔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상승치다. 식료품 가격도 치솟는 상황에 대학생이 느끼는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학식 부담률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에서 지난달 22~27일까지 5일간 대학생 3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측의 그래프와 같이 생활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학생은 총 98.4%로 다수의 응답자가 생활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학생 식당 가격이 인상됐다고 응답한 학생은 85.7%로, 대다수의 학교 에서 학식 가격을 올리는 추세이며 인상된 학식 가격으로 학식당을 이용하는 데 부담이 되냐는 질문에는 우측의 그래프와 같이 △매우 부담(49.6%) △약간 부담 (48.1%) △대체로 상관없음(2.3%) △전혀 상관없음(0%)로 응답자의 대부분이 학식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했다.


학식, 얼마나 올랐길래?


 서울대학교는 지난 4월 학식 세트를 3,000~6,000원에서 1,000원을 인상한 4,000~7,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학교 측에서는 물가 상승으 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학생들의 반발에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는 메뉴가 한정적이고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입장과 가격이 저렴해 자주 이용할 것 같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계원예술대학교는 연초에 500원을 인상했었으나 최근 1,000원을 추가 인상했다. 이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식당을 아예 없애버리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밖에도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500원 인상 △고려대학교 1,000원 인상 △충남대학교 연초 1,000원 인상 등 대체로 500원에 서 1,000원 정도씩 가격이 상승했으며 본교와 같이 처음부터 학식 가격을 높게 책정해 운영하는 학교도 여럿 있다. 또한 본교는 올해 들어 학식 가격이 500원~1,000원 인상됐다.


무지출 챌린지가 대변하는 학생들의 고통


 현재 20대, 30대 사이에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본인의 행복을 위해 돈을 소비하는 욜로 트렌드가 사라지고 무지출·무소비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1순위로 배달앱을 지우고 주말에는 냉장고 파먹기, 이른바 ‘냉파’를 통해 식비를 절약하며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다니는 등 말 그대로 소비를 최소화하는 챌린지다. 절약 정신의 취지로 시작됐지만, 과격하게 진행되는 경우 하루를 통째로 굶는 등의 양상을 띠며 이를 SNS에 자랑하는 세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과 주식의 하락 등 20대, 30대의 경제적 어려움이 투영된 유행으로 비춰진다.


 치솟는 물가에 비해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가격 상승은 크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 기관으로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대학생들도 학생이다. 점점 높아지는 월세와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식 가격이 인하돼야 함을 주장했다. 또한 “학식 가격의 상승은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더욱더 치명적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식사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빗발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식의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속된 학식당의 적자와 재정난에 빠진 대학 본부


 학식당은 처음부터 적자 상태였다. 최근 학식 가격을 인상한 한국외대 본부와 학생회의 대화에 따르면, 학생들을 상대로 학식당 이용을 권장해서 이를 해결하면 되지 않냐는 물음에 학식은 팔릴수록 적자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교내 편의점 혹은 카페로 수익을 내 이 수입으로 학식에서 발생된 적자를 메꾼다고 답변했으며, 학식당의 적자는 오래 전부터 지속된 문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데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벅차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학교 측이 가지고 있는 돈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으로, 이를 더 이상 학교와 학생만의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을 피력했다. 전대넷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학식을 뽑은 학생이 50%임을 봤을 때 대학생들의 영양가 있는 식사를 위해 정부가 힘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천원의 아침밥 사업


 순천향대학교에서는 지난 2020년 아산시와 ‘아산시 푸드플랜 활성화 및 로컬푸드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까지 로컬푸드를 이용할 시 아산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 먹거리 사업의 질적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 △환경보호 등의 1석 3조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또한 확대돼야 한다.


 이외에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업으로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있다. 이는 쌀 소비 활성화 사업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처음 시작돼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학교 측에서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식단에 쌀과 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넣어 구성해야 하며 시간 및 사회적 여건 등의 부족으로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을 위해 도입됐다. 매년 초 전국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수요조사 및 사업 신청을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신청률이 저조해 모든 지원 대학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또한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사업이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는 나머지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위한 전대넷의 목소리


 전대넷에서는 연초부터 인상된 학식 가격에 1학기부터 지방선거 전,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지원 확보를 요구한 바 있다. 각 학교의 총학생회가 학식 가격 인하를 주장해도 대학 본부는 돈이 없어 어렵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정부에게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등 함께 노력하길 요청했으나 대학 본부 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후 2학기 개강에 앞서 또다시 학식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지난달 7일 먼저 학생들의 움직임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전대넷 이민지 의장 △한국외대 김민지 인권연대국장 △전주교육대학교 김호연 교육국장 순서로 발언을 하며 진행됐다. △대학생 식비 부담 가중하는 학식 인상 반대한다 △대학 본부는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해 재정 지원 정책, 예산을 확보하라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천원의 아침밥’ 확대하라 등을 구호로 내세웠다. 김민지 국장은 “물가나 인건비 때문에 안정적인 학생 식당 운영이 어렵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과 재원을 학교 본부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품질 향상에 대한 고려 없이 학식 가격의 부담을 학생들이 지게 하는 무책임한 태도다”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기자회견 이후, 전대넷은 한 국회의원실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청취한 뒤 정부 질의에 활용하고자 한다는 연락을 받아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추후 교육부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대학도 앞장서서 정부에 요구해야한다”며 “정부에서 정책을 마련하거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 및 진로 탐색에 몰두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생들이 좌절을 겪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가격 안정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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