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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코로나19로 위축된 전통시장, 상인들이 직접 전하는 목소리
  • 김현비 기자
  • 등록 2022-10-04 15:52:42
  • 수정 2022-10-04 15: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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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겨운 전통시장의 모습은 사라지고 싸늘한 골목만이 남았다
수원역 인근에 위치해‘역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매산시장, 예전 복개천이 흐르던 곳에 노점 상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현재의 매산시장이 됐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노점은 사라지고 유통마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에 더해서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많이 악화된 지금, 본지는 전통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법과 개선 사항에 대해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위축된 매산시장 


 수원 매산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피해를 입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가게 매출이 매우 감소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비슷한 예로 ‘제주전통시장·상점가 일평균 매출액 및 고객 수’를 분석한 결과 26개 전통시장·상점가의 1일 평균 매출액은 지난 2019년 1억 4,623만 원에서 2020년 8,771만 원으로 1년 만에 5,852만 원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금, 언론에 전년도 대비 전통시장의 매출이 상승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나 실제 A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가게 형편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시장 판매업은 힘들다”며 코로나19 이후 회복되지 않은 시장 상권에 대해 언급했다.


편의 시설 확충이 필요한 이유 

 매산시장은 지난해 새 단장을 마쳤음에도 편의 시설이 부족해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매산시장은 양옆으로 나뉜 점포 사이에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가 있다. 시민 B씨는 “차가 지나다녀 사고를 당할까봐 마음 놓고 활보할 수가 없다. 주차장도 좁아서 멀리 차를 두고 걸어왔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기자가 매산시장을 직접 찾아가보니 좁은 유료주차장 1개뿐이며 인근에 마땅한 주차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근처 건물·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오는 경우가 다분했다. 또한 매산시장은 화장실이 역전 상가에 위치한 공용 화장실 1개뿐인데, 시장 상인들은 해당 건물에 매달 수도세 1만 원을 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실제 상인들은 해당 건물에 돈을 지불하고 화장실을 이용하지만, 자정이 되면 문을 닫아버리는 역전 상가로 인해 용변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게다가 천장 지붕이 설치되지 않은 매산시장은 △비 △눈 △태풍 등에 매우 취약하다. 실제 A씨는 “천장이 없으니까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가게에 비바람이 다 들이치니까 피해가 크다”며 시장 이용의 불편함을 꼬집었다. 


대형마트 가격 전쟁에 등 터지는 전통시장 


 대형마트가 최저가 경쟁을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에 한바탕 폭풍이 일었다. ‘당당치킨’으로 반값 전쟁의 서막을 연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대형마트 3사의 상품 가격을 비교·검색해 다른 곳보다 비싸게 구매하면 차액만큼 적립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할인 프로모션에 환호할 수 있지만, 시장 상인들은 소비자의 편견에 지친 상황이다. A씨는 “전통시장은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데 대형마트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소비자의 인식은 다르다”며 마트 가격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8월 3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 따르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 준비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29만 5,668원으로 대형마트의 평균 36만 3,085원 보다 18.6% 쌌다. 이는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용품 27개 품목 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대형마트와 비교해 전통시장 가격은 △채소류 47.7% △수산물류 24.4% △육류 23.1%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저렴하다는 소비자의 인식과는 달리 전통시장의 가격이 실제로 더 저렴한 것이다. 대형마트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의도적 광고를 하는 게 아닌지,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3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신설돼 0시∼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가 공포됐다. 규제에 발이 묶인 대형마트는 지난 10년간 매장 수가 급감했고 매출이 정체됐다. 규제가 도입된 지난 2012년 383개였던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7년 423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08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A씨는 “대형마트 휴무일이 시장 매출에 도움을 주는지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의무휴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의 ‘대형마트 출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마트 의무휴업일에 주변 점포에서 지출된 소비 금액이 의무휴업일이 아닌 날보다 오히려 8~1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제각각인 제품 가격 △다양하지 않은 종류 △주차·휴게시설 부족 △쇼핑카트 △간편 결제 등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점 


 최근 기존에 오프라인 매출에만 의존하던 전통시장이 온라인 상점 전환에 나서면서 잇따라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제공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배달을 시작한 전국 52개 시장 300여개 가맹점의 매출이 지난해 12월 기준 연초 대비 평균 77% 올랐다. 지난해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기록한 쿠팡이츠 전통시장 가맹점은 총 40곳에 이른다. 하지만 수원 남문시장에 작은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남문시장 안에 배달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 배달을 하는 가게는 많지 않다”며 전통시장 안 배달 시스템 실효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A씨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마켓 컬리 △SSG △쿠팡프레쉬와 같은 배달 서비스에 뒤처지는 이유에 대해 “재래식 시장의 장점은 물건을 내놓고 판매해 소비자가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인데, 매산시장은 새 단장이랍시고 물건을 다 들여놔서 재래식 시장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수원 남문시장 같은 곳은 내놓고 팔아서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가 난다”며 분위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론 배달 플랫폼과 협업해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소비자가 시장에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시장만의 정겨운 분위기 조성에 주목해야 한다.


 전통시장 개선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가 최근 2년여간 ‘전통시장’ 관련 민원 1만 2,001건을 분석한 결과 △환경 정비 △결제 방법 △온라인 서비스 확대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전통시장 △환경 관리 강화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강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지원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을 통한 소비자 인식 제고 △상인조직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 개선 필요사항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자체에 권고했으며 전통시장 환경 개선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발길이 끊긴 시장은 적막하고 싸늘했다. 활기찬 전통시장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전통시장에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는 반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감 있고 인심 좋은 상인들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좋은 제품들이 존재한다. 전통시장 상인에게 더 힘든 것은 소비자들의 ‘무관심’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가격 전쟁에 휘둘리지 말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웃으며 근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김현비 기자 Ι rlagusql801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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