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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1초라도 더 빠르게, 신발이 달아주는 날개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2-09-02 13: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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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상 선수들이 신는 러닝화의 과학
2004년 대한민국 마라톤 국가대표였던 이봉주 선수의 신발을 제작하는데는 1억 원이 투자됐다.
이봉주 선수가 뛸 마라톤 코스까지 고려하며 2시간 내내 발을 편안하게 지탱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단거리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운 우사인 볼트의 신발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에 본지는 단거리와 장거리, 서로 다른 종목의 육상선수들의 신발은 무엇을 고려하고 만들어지며 무엇이 다른지 자세히 알아봤다.

신발의 무게를 감수하고 얻는 속도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포츠용품 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신발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량화에 많은 개발비를 투자하곤 한다. 초 단위, cm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육상선수들이 신게 되기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던 당시 그가 신었던 신발은 한 짝 당 204g으로, 일반인이 신는 운동화의 절반 정도의 무게다. 그들에게 신발의 무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스포츠 용품 회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1마일(약 1.6km)을 달릴 때 신발의 무게가 1온스(28.35g) 더 무거우면 전체적으로 55파운드 (24.95kg)의 무게를 더 부담하는 것과 같다. 


 가벼운 게 최고라면 그냥 맨발로 뛰는 게 더 나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육상선수들이 신는 신발에는 그들의 발에 날개를 달아주는 과학이 담겨 있다. 선수들은 종목의 특성에 맞는 과학의 날개를 얻는 대신 약간의 무게를 부담하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또는 최대한 편하게 


 단거리 육상 선수들이 신는 신발의 밑바닥은 어떨까. 쿠션감 있는 재질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단거리용 신발의 밑바닥은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아주 딱딱하다. 단거리용 신발은 지면에 닿자마자 튕길 정도의 단단한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일반 러닝화나 마라톤화처럼 밑바닥이 무르면 지면과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져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플라스틱 재질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대로 중장거리 선수들은 이런 신발이 접지 시간을 줄이더라도 발바닥 통증으로 인한 손실이 더 커 신지 않는다. 중장거리용 신발 뒷부분에는 발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쿠션 처리가 돼 있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 발이 받는 충격은 몸무게의 3~4배에 달하며, 장거리 육상을 대표하는 마라톤의 경우 42.195km를 완주하는 동안 신발이 받는 무게는 총 1만 톤에 이른다. △도로 상태 △날씨 △경사도 등 선수에게 영향을 주는 고려사항도 수도 없이 많다. 미세한 차이 하나로 레이스를 망치는 섬세한 스포츠가 바로 마라톤이기 때문에, △신발 바닥 소재 △천 소재 △무게 등 선수의 발을 지탱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발이 고정되는 순간, 출력이 극대화된다


 신발 바닥에 박혀 있는 스터드의 위치 역시 서로 다르다. 단거리 육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다. 때문에 단거리 러닝화는 치고 나가는 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스터드도 신발의 앞부분에 위치했으며, 이 역시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해 추진력을 강화한다. 멀리뛰기용 신발도 스터드가 앞부분에만 있는데, 멀리뛰기 역시 단거리와 마찬가지로 앞부분만을 이용한 순간 스피드로 승부를 내기 때문이다. 


 높이뛰기 선수들의 신발에는 스터드가 앞뒤에 전부 박혀 있다. 힘껏 달려오던 직선운동을 바를 넘기 위한 수직운동으로 손실 없이 전환하기 위해서는 점프 직전 내딛는 발이 지면에 완전히 고정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꿔야 하는 투포환이나 원반 등 투척 경기용 신발은 좌우 밑바닥 모양이 다르다. 원운동의 중심축이 되는 쪽 발의 밑바닥은 회전할 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무늬를 거의 넣지 않는다. 반대로 원운동에 가속을 가하는 쪽 발은 접지력을 키우기 위해 요철 모양으로 한다. 


 육상은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도 가장 권위 있다고 평 받으며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이에 걸맞게 관람하는 맛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종목별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관전에 재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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