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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삶의 이정표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2-09-02 13: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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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본인의 방을 둘러보자. 가장 눈에 띄는 건 무엇인가. 아마도 방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물건이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가정을 해보자. 만일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기자는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의 저자는 20대 때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죽음에 방황하던 작가는 친구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마무리해주는 장례지도사를 보고 그 길을 걷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고객의 요구로 고인의 사망 장소를 청소하며 짐을 정리해 주게 되고, 이를 업으로 삼는 ‘유품정리사’라는 생소한 길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겪은 여러 일을 담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돼 유가족들을 보며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 이후에 남게 되는 것을 풀어나간 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로 자식을 떠나 홀로 죽음을 맞이한 부모들의 이야기다. 타의로 혹은 자의로 가족에게서 벗어나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은 사치품을 집에 쌓아두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며 적적함을 달래려 했다. 대다수의 사람은 물질적인 것을 통해 풍요와 안정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작가는 죽음 후에 남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이란 것을 역설적이지만 죽음을 통해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짧은 안부 인사,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중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中』


 이 책에 나와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한 건물에 살면서도 타인의 죽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3주까지도. 불쾌한 냄새가 건물 전체를 휘감기 전까지 깨닫지 못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가벼운 일이 이제는 오지랖으로 여겨지며 본인이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이 타인에게 무심한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본래 사진에 나오는 것을 싫어했다. 지금보다도 어릴 때는 사진에 얼굴이 나오는 것이 싫어 괜히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곤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평상시에도 기자와 다른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사진은 추억을 담는 매개체가 될 뿐만 아니라 훗날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하는 자료로 남을 것이다. 삶의 끝에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성적과 물건이 아니라 그저 추억이진 않을까. 지금보다 타인 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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