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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그러운 어른이 될 필요성
  • 정민 기자
  • 등록 2022-09-02 13: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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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기자가 외가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 놀러온 10살 사촌 동생을 만나 대화하던 중 “요즘 너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말이 있냐”고 물어봤다. 동생은 ‘잼민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무시받는 기분이 든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잼민이’는 온라인 상에서 초등학생을 부르는 신조어로 지난 2019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실제 초등학생뿐 아니라 개념이 없고 유치한 사람을 비하하는 의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를 그저 한 시대의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잼민이’가 사용되기 이전엔 ‘초딩’이 있었다. 두 단어는 모두 초등학생이라는 한 연령층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단어들은 초등학생에 대한 비하이자 차별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잼민이’나 ‘초딩’과 같은 단어들은 그 대상이 되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만들어졌고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는 배경에는 현 사회 속 아이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다. 아이들을 향한 차별인지 아닌지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노키즈존 이슈도 이와 유사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으로, 크게 보면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다. 지난 2014년 등장해 이슈를 불러온 노키즈존은 2017년 ‘노키즈는 합리적 이유 없는 아동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찬반여론이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또한, 합리적 이유 없이 일정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일반화시켜 출입을 통제하는 차별 행위가 노키즈존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10대 청소년의 출입을 금하는 노유스존(No Youth Zone)과 40대 이상 중년 손님을 받지 않는 노중년존이 그 예시이다. 물론 아이들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일부 아이들의 짓궂은 성향은 위험한 사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민식이법’을 악용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주행 중인 차량에 뛰어드는 장난이 그렇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국한된다. 이를 일반화해 모든 어린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들을 싫어하는 마음에 대한 변명이다. 


 어린시절의 우리가 그랬듯이, 아이들은 어리석고 유치하지만 때묻지 않아 순수하다. 초고령 사회가 몇 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다. 그들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라도 이런 그들의 성향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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