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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찬란한 600년의 기다림, 경상남도 함안군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9-02 13: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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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의 숨결로 가득 찬 새로운 세계유산
여기 한없이 차분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동네가 있다. 이젠 누구나 가는 여행 대신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자. 본지에서는 피톤치드 가득히 여유로운 공간, 함안에 대해 알아봤다.

초록빛으로 물든 경남의 숨은 진주


 한여름 초록빛을 뿜어내다, 이윽고 찾아올 가을엔 깊은 단풍을 뽐낼 경남의 숨은 진주가 있다. △동쪽으로 창원시 △서쪽으로 의령군 △남쪽으 로 진주시 △북쪽으로 창녕군에 접한 도시, 바로 경상남도 함안이다. 인지도 높은 지역에 사방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기자가 다녀온 함안은 이대로 묻혀있기엔 무척이나 아쉬운 지역이다.


 함안은 △고속버스 △ITX △KTX를 통해 방문할 수 있다. 고속버스의 경우 △함안버스터미널 △내서고속버스터미널 △마산고속버스터미널 △ 창원종합버스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는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기준 함안버스터미널은 직행버스가 없으므로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경우 나머지 터미널을 도착지로 잡는 것이 좋다. KTX와 ITX는 △중리역 △함안역 △군북역 △마산역을 활용할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서울역 기준 중리역과 군북역은 직행열차가 없으니 함안역 또는 마산역을 도착지로 잡는 것이 좋다.


 함안은 관광지로 크게 알려진 곳이 아니다 보니 지역 자체의 교통시설은 편리한 편이 아니지만, 마산과 창원 같이 근교의 발달된 시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부산과 진주처럼 관광객이 붐비는 지역과 맞닿아 있으므로 내일로 패스와 같은 혜택을 활용해 여행 기간 중 들리기에 적합하다.


600년 역사의 산물, 세계로 뻗어나가다


 

 







 이러한 함안은 최근들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바로 함안군 가야읍에 위치한 말이산고분군 때문이다. 말이산의 ‘말이’는 순우리말인 ‘마리’에서 비롯돼 ‘우두머리’라는 뜻을 지닌다. 즉 말이산고분군은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을 의미하며 옛 아라가야의 왕릉군이자 아라가야 지배층들의 묘역이다. 해발 40~70m의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한 고분군에는 여덟 갈래의 가지능선과 128기의 크고 작은 고분이 빼곡 하게 조성돼 있다. 남북으로 2km 정도 길게 뻗어있는 능선을 따라 고분군으로 들어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함안박물관 또는 함안군청을 거쳐 오르는 것 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함안은 금관가야와 대가야에 비해 알려지지 못한 아라가야의 역사가 가득한 곳이다. 말이산고분군을 중심으로 아라가야만의 △무덤 △토기 △장식관 등 고대의 유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러한 말이산의 가치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지난 2013년 8월 경남에서 이뤄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신청을 통해 말이산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말이산에 오르면 사방에 펼쳐진 자연과 함께 가야읍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하게 펼쳐진 마을을 바라보며 맞는 시원한 바람은 여행 중이라는 설렘 가득한 마음에 선선한 부채질을 하는 것만 같다. 또한 말이산을 방문했다면 ‘나 홀로 나무’를 꼭 거쳐야 하는데, 넓은 잔디밭 가운데 외로이 서있는 나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것을 추천한다. 충분한 햇빛과 선명한 색감이 만나 역동적인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것이다. 다만, 그늘이 부족해 햇빛을 피할 곳이 없으니 모자나 양산을 들고 갈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함안 박물관

 한바탕 구경을 하고 내려오면 함안박물관이 그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은 △생명 △ 신성 △정화를 의미하는 아라가야의 시그니처 불꽃무늬를 하고 있는데, 전시관 곳곳에 자리 한 불꽃무늬를 찾아가며 관람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이다. 더불어 방금 전 보고 내려온 고분군을 주제로 한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통해 미디어아트를 체험 할 수 있으니 보다 강렬한 몰입과 학습을 위해 꼭 방문하길 바란다.


버릴 곳 없는 함안의 구석구석


함안 가야읍에 위치한 무진정

 함안은 말이산 고분군으로 대표되는 지역이지만, 이외에도 갈 만한 곳은 넘친다. 그중 기자가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함안면에 위치한 무진정이다. 무진정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8호로 1542년 조남선생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정자이다. 어느 한 기문에는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고 밝은 달이 먼저 이르며, 반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온갖 경치가 모두 모였으니 진실로 조물주의 무진정이라 하겠다”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무진정에서는 국내 최초 경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낙화놀이’가 이뤄지는데, 연등 사이 불붙은 낙화의 모습은 마치 붉은 꽃가루가 날리는 것 같고 그 속을 거니는 점화자들은 불꽃과 하나 돼 무진정의 연못을 유유히 헤엄친다. 이와 더불어 가야금, 대금 등의 공연이 함께 진행돼 정취를 더하기도 하니 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함안 가야읍에 위치한 연꽃테마파크 1 함안 가야읍에 위치한 연꽃테마파크 2

  함안에 얽혀있는 역사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이는 바로 ‘연꽃’이다. ‘아라홍련’ 또는 ‘아라연꽃’이라 불리는 함안의 연꽃은 고려시대를 향기롭게 했던 역사 속 연꽃으로 2009년 함안의 성산산성에서 씨앗이 발굴돼 같은 해 발아에 성공했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아라 홍련이 드넓게 펼쳐진 ‘연꽃테마파크’를 추천하고 싶다. 이곳에선 전설의 연꽃, 그 속에 파묻혀 700년의 역사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아라홍련 특유의 붉은 색감 때문에 출사지로 적합한 곳이다. 때문에 카메라 장비를 들고 있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고 기자 또한 카메라를 들고 다닌 탓인지 타관광객과 사진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따뜻한 물음표


 함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지역 주민이라 할 수 있다. 기자와 기자의 친구들처럼 어린 학생들이 방문할 만한 곳은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우리를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택시를 탈 때마다 왜 왔냐는 질문을 받았고, 음식점을 갈 때마다 주고받는 대화는 필수였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하게 말을 걸었고, 함안의 구수한 사투리는 다정한 물음에 정겨움을 더해줬다. 한 번은 관광지를 걷다가 마당에 앉아계신 주민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들어오라는 손짓에 이끌려 함께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날 쯤엔 우산을 쥐어주기도 했고, 직접 나서서 동네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처음으로 간 음식점에서는 “시킨 것도 먹어야 하니까 많이 먹지는 마이소”라며 주문하지도 않은 칼국수를 줬고, 마지막 날 만난 택시 기사님은 “옆에 보이는 초등학교가 제가 나온 초등학교에요”부터 시작해 “함안의 명물은 입곡군립공원이니까 꼭 가야 합니다”까지 가이드도 자처하셨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숙소에 가기 전, 짐을 맡길 수 있는지 묻기 위해 건 전화 너머로 들려온 짧은 한마디. “고마 되지요” 이 다섯 글자는 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 익숙한 우리에겐 느긋이 흘러가는 이 공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그 어색함마저 하나의 추억이 되는 곳이다. 이에 기자는 이러한 함안을 한없이 잔잔하지만 충분히 극적인 공간이라 칭하고 싶다. 다음 방학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분위기를 빠짐없이 즐길 수 있는 함안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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