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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된 아빠
  • 김화연 기자
  • 등록 2022-05-30 18:33:51
  • 수정 2022-05-30 18: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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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강명구 감독의 영화 ‘괴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좀비 영화 시대를 열고 42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며 좀비물이라는 소재는 영화에 제한되지 않고 소설이나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좀비물들 속의 좀비는 항상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더 나아가서는 좀비 아포칼립스로 인류가 멸망을 맞는 모습이 다뤄지기도 한다. 이에 우리는 보통 좀비를 통제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로 바라본다.

 

 이러한 대중들의 시선에 새롭게 다가오는 한 책이 있다. 바로 작가 조예은이 써낸 ‘칵테일, 러브, 좀비’이다. 이 책은 네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인데, 작품 중 ‘칵테일, 러브, 좀비’는 좀비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정집에서 시작된다. 주연의 가족들은 식탁에 모여 밥을 먹고 있다. 이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 주연의 집에서는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주연의 아빠가 창백한 안색으로 천천히 눈을 끔뻑이며 빈 그릇에 헛숟가락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좀비가 돼버린 것이다. 이처럼 아빠는 좀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겉모습이 바뀌고 약간의 공격성을 띄는 것 외에는 일상적으로 해왔던 행동들을 무의미하게 반복한다.

 

 고집불통에 가부장적으로 살아온 주연의 아빠가 한순간에 좀비로 변했고, 주연과 엄마는 그를 원망해왔다. 하지만 좀비가 된 아빠를 국가에 신고하지 않고 악취가 나면 향을 피우고, 공격성을 보이면 묶어놓으며 데리고 살기로 한다.

 

엄마가 탄식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곤 울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워주연아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 칵테일러브좀비 中』

 

 전업주부인 엄마와 학원강사인 주연에게는 아빠의 공격성보다 가장의 수입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 주연은 아빠가 공격성을 띄자 엄마를 지키기 위해 잠시 학원을 그만둔다. 하지만 결국 주연은 생활자금을 벌기 위해 아빠를 묶어두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인육 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아빠는 몇 주째 굶주리고, 날이 갈수록 공격성이 짙어진다. 주연과 엄마가 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길지 않은 분량에 매력 있는 스토리,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좀비물을 가볍게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화연 기자 Ι khy730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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