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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골디락스, 완벽함이란 적당함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2-05-24 2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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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에서 유래된 용어, 3가지 분야에서의 응용
‘곰 세 마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보통은 ‘곰 세 마리’ 동요의 멜로디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곰 세 마리하면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를 이야기한다.
본지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 동화의 주인공 ‘골디락스’의 이름이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말하고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는 숲속을 헤매다 빈 오두막을 발견한다. 오두막에 들어간 그녀는 식탁 위 오트밀 세 그릇을 발견하는데, 첫 번째 그릇과 두 번째 그릇의 스프는 각각 너무 뜨겁거나 차가웠다. 반면 세 번째 그릇의 스프는 딱 적당한 온도였고, 그녀는 세 번째 그릇을 비운다. 이후에도 그녀는 3개의 의자 가운데 적당한 크기의 의자에 앉아 쉬거나, 3개의 침대 중 적당히 푹신한 침대에서 잠이 든다. 오두막의 주인인 곰 세 마리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소녀를 발견한다. 웅성이는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오두막에서 도망친다. 동화가 책으로 발간된 이후 ‘골디락스’라는 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절한 △적당한 △이상적인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고성장 저물가가 곧 경제황금기


 경제용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골디락스 경제’는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물가상승이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말한다. 어째서 경기가 가장 호황일 때가 아닌 적당한 때를 골디락스 경제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는 경기와 물가의 단순한 원리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사람들의 소비 심리와 함께 수요가 증가한다. 물가도 자연스럽게 오른다. 하지만 물가의 상승은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중앙 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이를 해결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대출 수요는 감소한다. 또한 저축이 늘어 시중에 돈이 줄어들면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물가는 감소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에는 제동이 걸린다. 즉,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물가가 상승하면 국민들이 살기 어려워지고, 이에 물가를 잡으려 들면 국가의 경제성장이 느려진다. 때문에 경제는 적당히 성장하면서 물가는 상승하지 않는 중간의 상태야 말로 이상적인 경제상황, 즉 골디락스 경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성장 저물가를 의미하던 골디락스 경제는 차츰 경제황금기를 뜻하는 말로 변화했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가, 판매자가 유도한다


 마케팅 분야의 ‘골디락스 가격’은 △고가 △저가 △중간가격의 상품을 함께 진열해 소비자가 중간가격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평균 값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소비 경향을 이용한 판매 기법이다. 이는 과거부터 애플이 즐겨 쓰는 마케팅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폰이 출시되던 때 스티브 잡스는 16GB와 64GB 의 용량을 가진 제품을 내놨다. 애플은 기본 운영체제만으로도 10GB 가까이 되기 때문에 16GB는 매우 작은 용량의 제품이었고, 64GB는 당시에는 큰 용량이었다. 이와 함께 중간 모델인 32GB 제품을 제시했는데, 바로 이 모델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한 것이다.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 골디락스 존


 천문학에서 골디락스 존은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전제로 같은 환경을 가지는 구역을 뜻한다. 행성계 차원에서의 골디락스 조건이란, 모항성과의 적당한 거리를 말한다. 적당한 거리란 행성 표면의 온도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정도, 즉 지구와 흡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리를 말한다. 은하 내에 항성이 위치하고 있는 자리 역시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을 구분하는 변수로서 작용한다. 지구형 행성이 생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형태의 분자가 생성되기 위한 중 원소 함량이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하 중심부처럼 무거운 성간 물질들이 많은 지대에 행성계가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행성계는 은하 중심부와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 △혜성이나 소행성의 폭격이 잦거나 △다른 항성이 접근하거나 △초신성 폭발로 인 한 에너지 복사에 노출되거나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 붙어있어서는 안 된다.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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