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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방황의 끝에서 진짜 나를 만나다
  • 이수민 수습기자
  • 등록 2022-05-16 1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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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는 2008년 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Boo'와 '미아'라는 이중 타이틀곡이 수록된 'Growing Up' 앨범을 발매하며 야심 차게 연예계에 데뷔했으나 저조한 음원 성적으로 잠깐의 침체기를 겪었다. 씁쓸한 데뷔의 순간이 무색하게도 아이유는 바로 다음 정규 2집 'Last Fantasy'의 타이틀곡 '너와 나'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여기에 박차를 가하듯 낸 'Modern Times'에서 타이틀곡 '좋은 날'이 메가 히트를 달성하며 그녀는 비로소 대한민국의 모든 아티스트의 롤모델이 됐다.


 아이유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 생각과 마음가짐을 노래에 담은 일명 '나이 시리즈'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스물셋의 나이에 발표한 'Chat-Shire' 앨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앨범으로 그녀의 첫 번째 나이 시리즈다. 스물셋의 아이유는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며, 까칠하고 불안한 자기 내면을 특유의 펑키한 비트와 디스코 사운드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스물셋 발매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아이유는 돌연 'Palette' 앨범을 발매하며 이제 자신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는 말을 전한다. 확실히 2년 전에 비해 성숙하고 부드러운 신스팝 R&B 사운드를 통해 안정된 스물다섯의 모습을 갖춰 대중들 곁으로 돌아온 아이유는 한층 밝고 후련해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이미 오래전부터 아티스트로서 최정상에 올라선 그녀가 스물다섯에서야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는 걸까. 아이유는 지난 2014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이 앓고 있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대해 털어놨다.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폭식증을 겪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끝없는 자기혐오의 굴레에 빠져살던 그녀는 스물다섯이 돼서야 이 악순환에 마침표를 찍으며 자신은 더 이상 스스로에 대해 놀라울 것도, 실망할 것도 없으며 이제 나를 좀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I like it I'm twenty five 날 미워하는 거 알아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팔레트 中」


 이처럼 우리의 삶 앞에는 감히 예측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늘 펼쳐지곤 한다.때로는 끝이 없는 긴 터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에 주저앉아 낙담할 때도 많지만 우리는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이유가 9년간의 긴 방황의 끝에서 긴 머리보다 반듯이 자른 단발머리를, 핫핑크보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지은이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문득 스스로가 미워지는 날에는 아이유의 팔레트를 들어보자. 내면의 어둠이 모두 걷히고 나면 환하게 웃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상처투성이인 나를 따스하게 다독여줄 테니 말이다.


이수민 수습기자 ㅣ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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