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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쌀 때, 그 조명을 쏘는 사람은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5-16 11:04:29
  • 수정 2022-05-18 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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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나 주인공은 있기 마련이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나를 향해 열광하는 관중 앞에 서서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 무대는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고, 그렇게 보여지는 공간은 모두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기에 우리는 당연히 주인공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중심인물이 있다는 것은 그 주변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 오늘 기자는 바로 그 주변인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최근 기자는 서울 장미 축제의 운영요원으로 투입됐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부스가 가득한 축제장에서 운영요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던 중, 갑작스레 주변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늘막을 고정하는 기둥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안전 문제가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원활히 진행되는 줄 알았던 축제는 순식간에 위기를 맞았고, 평화로이 관람하던 참가자들은 갑작스레 행사장을 벗어나야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당일 축하공연을 위한 초대가수가 오후 7시까지 오기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게스트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스텝들은 그 시간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대를 원상복구 시켜야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인원이 이리저리 뛰어 다녔고, 야외 축제였던 탓에 땡볕 아래 모여서 긴급회의를 했다. 다급하게 전화를 하며 정비소를 섭외했고, 끊임없이 들어 오는 참가자의 컴플레인에 하나하나 대응해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닌 결과, 정해진 시간 내에 무대를 설치할 수 있었고 가수와 관객은 폭풍 같았던 뒷이야기를 전혀 모른 채 계획대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어떤 행사장에서든 관계자들의 분주한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도 있는 이벤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에 우리는 그들을 ‘무대 뒤의 주인공’이라 칭한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는 순간, 그들의 노력은 백스테이지의 암흑과 함께 숨죽인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주인공, 그럼에도 그들을 ‘주인공’이라 칭하는 이유는 현장 속 관리자의 뜀박질이 이벤트의 핵심이자 필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고작 3분짜리 공연을 위해 일하고 작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허무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하나하나 생각한다면, 그 3분의 가치는 결코 시간만으로 판단될 수 없다.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시간일지라도, 최대한 빛나는 찰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 진정한 ‘주인공’다운 면모가 아닐까?


글·사진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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