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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인생을 양쪽에서 보게 됐어
  • 김봄이 수습기자
  • 등록 2022-05-02 14: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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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다’는 지난 아카데미 3관왕을 달성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는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주인공 루비의 정체성을 담은 제목이다. 또한 ‘코다'는 한 악장에서 끝맺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기호로 가족들에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가족 간의 갈등과 이를 해결해가는 루비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농인 가정에서 혼자 청인으로 태어난 루비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따라 합창단에 들어간다. 합창단 선생님인 미스터 브이의 지도하에 루비는 버클리 음악대학교 진학을 희망하게 된다. 그러나 가업을 운영하는 데 청인인 루비의 도움이 필요해지고 이 과정에서 루비는 가족과 꿈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사실 줄거리만 봤을 때 뻔하다는 감상을 지울 순 없다. 그러나 전형적이라 생각되는 스토리를 배우들의 연기와 참신한 연출로 아름답게 풀어냈다. 합창단원인 루비의 음악회에서 영화의 소리가 사라지는 효과를 통해 음악회를 바라보는 농인들의 시점을 보여줘 농인인 가족에 이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걸로 관객들은 잠시 동안 청인의 시점에서 벗어나 농인의 세계에 스며들어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음악회가 끝나고 아버지가 루비에게 다시 노래를 들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아버지는 수화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루비의 목에 손을 대고 성대에 울림을 느낌으로써 노래를 감상한다. 평소 루비만이 농인의 세계를 이해하려 애썼으나 이 장면으로 가족들이 본인의 언어인 수화가 아니라 루비의 언어인 음성을 통해 루비의 세계에 다가가고자 함을 보여준다. 


 ‘코다’는 연출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았다. 영화에 쓰인 여러 노래 중 오늘 기사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Both Sides Now’는 ‘코다’의 결말과도 관련이 있다. 루비가 농인인 가족을 도와야 한다는 자기 강박에서 벗어나 농인과 청인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극복하고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겪은 방황과 깨달음이 담겨있다. 또한 인생에 대한 루비의 여러 방면으로서의 고찰이 이 노래로 집약됨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와 연출을 제외한 작품 외적으로도 많은 시사점이 있다. 실제 농인 배우가 루비의 부모님과 오빠 역을 연기했고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에서 농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코다’는 농인을 주제로 한 영화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농인의 가시화에 이바지했다. 청인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계에서 농인 배우들이 겪는 도전들이 농인이기 때문이 아닌 그들이 배우이기에 겪는 도전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봄이 수습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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