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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래 언덕으로의 초대
  • 박선우 수습기자
  • 등록 2021-12-06 1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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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어린 시절 영화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처음 경험하는 색다른 세상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몰입감은 기자로 하여금 더욱더 영화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 ‘듄’은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


영화는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느리고 정적인 호흡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풀어내기로 알려진 감독 ‘드니 빌뇌브’가 디자인한 영상에 △다크나이트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들로 이름을 떨친 ‘한스 짐머’의 토속적인 사운드가 영화의 영상미를 완성시켰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주인공 ‘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귀족의 지지를 받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질투한 황제는 그들에게 ‘아라키스’의 통치를 맡긴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며 우주에서 가장 비싸게 취급되는 물질인 ‘스파이스’의 생산지이자 부와 권력의 중심지다. 그렇게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함정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로, 운명과 맞서야 하는 ‘폴’의 영웅 서사, 그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뻔한 스토리임에도 영화 ‘아바타’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영상미 덕분이다. 하지만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가 판도라 행성과 나비족의 △언어와 생활방식 △역사 △지리 △전통 문화 등을 익히고 학습하면서 보여주는 영화 속 세계관의 구체적이고 탄탄한 설정들은 몰입감을 한층 더 올려줬다. 영화 ‘듄’도 마찬가지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 사는 원주민 ‘프레멘’의 문화들은 사막에서 생활하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 이 밖에도 스파이스에 중독돼 눈이 파랗게 빛나는 것이 특징이며 이전에 아라키스를 지배하던 하코넨 가문과의 갈등 등 설정 곳곳에 힘을 준 것이 느껴지는 꼼꼼한 디테일들이 이 사막 체험기를 즐겁게 한다.


영화 ‘듄’은 취향에 따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기자도 처음 영화 ‘듄’을 극장에서 볼 때는 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매우 느린 서사와 더불어 피사체를 멀리서 담아내는 연출은 인물의 감정을 잡아내는 데 있어서는 훌륭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급박한 액션조차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감독 특유의 색깔이 짙게 묻어난 영화인 만큼 상업영화로써 잡아야 할 요소들을 전부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 이미 소설 ‘듄’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대중문화 작품들의 기억이 영화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뻔하다고 느끼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 ‘듄’은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래 알갱이가 입 속에 씹히고 살과 피부도 분리하는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 실감나고 매혹적인 사막을 2시간 반 동안 거닐고 오면 어느 샌가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박선우 수습기자Ι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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