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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잊혀지지 말고 기억돼야 하는 것
  • 서지수 기자
  • 등록 2021-12-06 1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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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의 저자 딩링(丁玲)은 혼란스러웠던 중국 현대사를 대변하는 여류 작가이자 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녀가 저술한 책에서는 중국 현대사 속 여성의 다양한 양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1940)’ △‘병원에서(1939)’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1937)’ △‘두완샹(1978)’ 총 4가지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작품이 쓰인 순서대로 설명하면 ‘발사되지 않은 총알 하나’는 어린 공산당 홍군 소년이 한 마을에 들어와 국민당에게 총살될 뻔했지만, 국민당은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총알 하나를 남겨두자고 한다. 이 작품에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벌였으나 일본과 맞서기 위해 2번의 합작운동을 한 배경이 있다. 그 뒤를 잇는 작품 ‘병원에서’는 ‘루핑’이라는 여성이 병원에서 겪은 공산주의의 무능력함을 담은 이야기이다. 


 다음 작품은 중일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담긴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로 ‘전전’이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녀는 환영받지 못한다. 전전은 위안부에서 고통스러웠던 때보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배척하는 것이 더 힘들어 새로운 장소로 새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며 작품이 끝난다. 당시 위안부는 공산당에게 적군의 정보를 빼오는 혁명 주체의 역할을 강요받았고, 일본군 내 성문제를 해결하며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이용당했다. 그들은 전쟁 이후 살아 돌아오더라도 위안부 피해자나 혁명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마지막 작품 ‘두완샹’은 표면적으로 주인공 ‘두완샹’이 공산당이 원하는 완벽한 노동자상으로 표현돼 딩링의 작품 중 가장 노골적인 공산당 찬미가 담긴 작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산당을 반대하는 우파 세력으로 몰려 베이다황에서 12년간 육체노동에 시달린 딩링의 개인사와 연결할 수 있다. 그녀는 ‘두완샹’을 통해 자신의 사상적 순결을 증명하고자 했다. 


 중국은 위안부 여성들이 당한 피해를 기억하기 위해 난징 리지샹 위안소 유적 진열관을 개장했다. 한국 또한 소녀상을 세워 위안부를 기억하려고 하지만 위안부의 고통을 모르고 2차적인 아픔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2차적인 아픔을 주는 이유는 위안부가 피해받은 사실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위와 같은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자는 얼마 전 한류와 세계문화 수업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기 위해 ‘윤동주문학관’을 방문했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윤동주의 일생이 담긴 영상을 보며 일제강점기에 고통받았던 역사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됐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에서 조국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부분이 와닿았다. 최근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를 읽고 윤동주문학관에 방문하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는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함을 느꼈다. 


서지수 기자 seojisu0120@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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