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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젠가 우리가 마법의 가을을 만나게 될 때
  • 김도욱 수습기자
  • 등록 2021-11-22 15: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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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오기 전의 가을, 생명력이 사그라들고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 모든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짧은 시기가 있다. ‘드래곤 라자에서는 인생에서 온갖 희귀한 일이 겹쳐 일어나는 단 한 번의 시기를 마법의 가을이라고 칭한다. 책은 주인공 후치에게 온 마법의 가을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술해 나간다.

 후치는 마을의 위협인 드래곤과 협상할 자원을 구하고자 동료들과 함께 긴 여행길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대륙을 종횡하고 동료를 만들어가며 300년 전 신화에 얽힌 비밀과 갈등을 풀어나간다. 책은 총 8, 15장으로 구성돼 있는 대서사시로 주인공 일행은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며 각자의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여행길에서 일행은 300년 전 역사의 주역이었던 페어리퀸 다레니안대마법사 핸드레이크를 만나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드래곤의 폭주를 막기 위해 드래곤과 인간의 매개체인 드래곤 라자드래곤 크라드메서과 마주할 수 있도록 먼 지역까지 이동하며, 라자를 납치하려는 적의 위협으로부터 오랜 시간을 버텨낸다.

 일행이 신비로운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고 역사에 남을 업적을 세우며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후치의 마법의 가을이 끝난 것이다. 주인공은 그 뒤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역사에 남을 업적을 세웠지만, 모종의 이유로 마법의 가을이 끝난 후에 고향에서 조용히 생을 보냈다.


나는 달려오는 아버지를 향해 미소지으며, 동시에 떠나간 내 한 시절을 향해 미소지었다.

내 마법의 가을은 끝났다.

드래곤 라자


 주인공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평범한 인간이라면 경험해 보지도 못할 신비한 사건들과 고난들을 겪었음에도, 명성을 추구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기를 택했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후속작에서 더 이상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아쉬움이 들었던 또 다른 이유였을 것이다. 후치의 마법의 가을은 역경과 고난이 가득했던 시간이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고,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무척이나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판타지 세계관이 아닌 현실에서도 마법의 가을과 비슷한 시기가 있다. 우리 또한 그 중요한 순간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한참이 지났을 때 그때가 나의 마법의 가을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겪는 마법의 가을은 판타지 세계에서만큼 다사다난하지는 않겠지만, 3개월보다는 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다른 마법의 가을을 보낸다 하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이후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꿈과 같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는 않기에, 기자 또한 이제부터라도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려 한다. 첫눈이 오기 전의 가을, 짧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타올랐던 불꽃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긴다.


김도욱 수습기자 whiting2427@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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