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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언가에 미칠 것
  • 박선우 수습기자
  • 등록 2021-11-09 0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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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온 수많은 악재 중 가장 뼛속깊이 체감되는 것은 바로 무기력이다. 지난 1일 우리나라도 드디어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섰지만, 오래도록 쉬어왔던 탓에 방역지침이 풀려도 깊이 뿌리내린 무기력감에 갈피를 잃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기자는 지난 시간의 공백들을 ‘슈독’을 통해 채워넣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책이 전하는 것은 한마디로 열정이다.


슈독은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의 창업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이다. 그는 육상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달리는, 즉 최고가 될 수 없었기에 꿈을 포기했다. 이후 그는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철저히 계획한 것과는 거리가 먼, 막연하기만 한 사업이었지만 선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의 운동화에 대한 진심은 확고했다. 1962년 그는 사업을 위한 배낭여행을 떠나며 세상 모두가 자 신을 미쳤다고 해도 멈추지 않고 직진할 것임을 다짐한다. 저자는 당시의 선언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 의 충고라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해도 신경 쓰지 말자”

「‘슈독’ 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슈독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책이 재밌기 때문이다. 기자는 평소 책을 즐겨읽지 않고, 읽는다고 해도 비교적 읽기 편한 문장들로 이뤄진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한다. 그런데 슈독은 자서전을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서적처럼 번역이 잘 된 유쾌한 표현들과 지루할 틈이 없는 이야기의 속도감은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박차를 가해준다. 첫 페이지를 폈다면 5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양을 짧은 시간에 독파하게 될 것이다.


‘슈독(shoe dog)’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미친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를 미친 사람인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냄으로써 증명한다. 책을 덮고 느낀 점은 의외로 저자가 특출나게 천재적이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신발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결국 그를 최고의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나는 무언가에 미쳐본 적이 있었을까? 무엇에 미칠 수 있을까? 마치 새해 첫날 의 다짐과 같은 ‘열심히 살자’라는 문장을 끊임없이 던지는 이 책이 게으른 나를 일으키고, 지난 21년을 살면서 기자가 생각 저편에서 해 온 고민에 불꽃을 지펴줬다.


박선우 수습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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