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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터] 적자생존에서 ‘약자공존’으로
  • 조승화
  • 등록 2021-10-20 0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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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70%를 달성하고 항체 형성이 이뤄지는 다음 달 초, 위드 코로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는 대응 체제를 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 환자를 치료 중심으로 전환해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방향이다. 즉,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기본원칙인 것이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법칙 중 하나는 ‘적자생존’이다. 이는 주어진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것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약자는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뜻이다. 적자생존은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수많은 민족과 국가는 역사의 뒤 페이지로 퇴장해 잊혀졌다. 그 과정에서 강자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약자를 병탄했 다. 이는 현재의 지배자인 인간도 거스를 수 없는 세상의 진리이자 법칙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약자가 패배하는 패턴만이 반복되지는 않았다. 약 1,800년 전 고구려는 진대법을 시행해 가난한 백성들을 보호하고자 했으며 더 몇 세기 전인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와 고대 로마에도 이 같은 복지정책이 존재했다. 이러한 정신이 역사를 거치면서도 계승됐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국가들 역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고육지책이다. 박능후 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연령층은 코로나19 치사율이 더 높기에 먼저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백신 접종부터 위드 코로나까지, 약자 보호를 우선순위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2년째 세상이 역병에 집어 삼켜지면서 모든 영역에서 약자들의 삶이 추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냉혹한 자연이었다면 약자들은 적자생존에 따라 사라졌겠지만, 인간의 세상에서는 약자도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강자가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할 수 있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약자들도 보호를 받아 생존해 오늘날의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기에 적자생존보다는 ‘약자공존’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이다.


조승화 대학·사회팀장 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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