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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 유감
  • 편집국
  • 등록 2021-08-30 10: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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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이 끝나기도 전인 1952년 피난지 수도인 부산에서는 이른바 문화보호법이란 것이 만들어졌다. 이 법을 모태로 해서 1954년 대통령령 제 864호로 학· 예술원 선거령이 공포되어 325일 역사상 처음으로 예술원 회원 선거가 실시되었다. 그렇게 해서 문화인증을 가진 유권자 443명이 투표해서 25명을 뽑았는데 미술 분과에서는 149명이 투표, 7명의 회원이 선출되었다. 미술 분과에서 종신회원으로 뽑힌 유일한 이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 가서 서양화를 배워온 고희동이었다. 그는 이승만의 정치적 동지였고 반공, 우익인사였으며 국전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한편 추천회원에는 장발, 손재형, 이상범, 그리고 일반회원에는 김환기, 윤효중, 배렴이 뽑혔다. 휴전 이후 한국미술계는 이 같은 정치적 입장을 지닌 예술원회원 내지 미술 인사들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문화보호법이나 예술원회원선거는 당시 이승만 정부가 문화예술계에서 좌익세력을 몰아내고 우익중심으로 이를 재편하려는 강한 의지의 소산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선 대표적인 미술인이 바로 고희동과 서울대미대학장을 지낸 장발 등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대학과 국전 등의 공모전을 강력하게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이들이 요구하는 화풍과 인맥이 한국현대미술의 성격과 구조를 만들었다.

  예술원이란 예술경력 30년 이상에 예술창작에 공적이 있는 원로 예술가를 우대 지원하기 위해 195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소속 국가기관을 말한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영화 분과로 나뉘어 현재 87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임기는 종신제이며 회원에게는 매달 180만원의 정액수당이 지급된다. 지난해 예술원에 들어간 국가 예산은 326500만원이며 대부분 회원들이 정액수당으로 쓰였다고 한다. 법이 규정한 예술원 회원 정원은 75명이다. 현재 미술 분야는 17명이다. 정원이 25명이니 8명이 부족하지만 나머지 인원은 못 뽑고 있다. 회원이 되고자 열망하며 로비를 하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선정되기는 매우 어렵다. 기존 회원 동의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인맥을 심으려다 보니 서로 간 합의를 못해서 뽑지를 못한다. 또한 기존 회원이 특정인이 들어오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면 도리가 없다. 방법이 있기는 하다. 반대하는 회원이 죽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미술 분과 회원들은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라 다른 대학 출신이 들어가기는 어렵다. 하여간 선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무척 의아한 것은 회원 자격이 오로지 작가에게만 해당되며 미술사가, 미술평론가 등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미술계의 원로에 대한 대우는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 원로를 누가, 어떻게 선정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문화예술계 나아가 사회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지금 우리의 예술원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물어봐야 한다. 미술 분과의 경우 1년에 한 번 예술원회원전이라는 형식적인 전시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상금 1억 원을 주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식을 한다. 올해 미술부분 수상자는 사진작가이자 한미약품 회장인 송영숙씨가 선정되었다. 지난 2003년 한미사진미술관을 세워 지금까지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사진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바가 있는 이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업적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사뭇 당혹스럽다. 한국사진계에서 과연 어떤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고 평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예술계의 원로들이 모여 주는 최고의 권위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 상이 아마츄어사진가의 작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에게 수여된다는 사실이 너무 의아하다. 이전의 수상자들인 천경자, 김창열, 서세옥, 김기창 등에 비교해 본다면 그 전문성이나 위상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인상이다. 미술상이란 작품의 질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고 안목과 권위의 문제다. 대기업의 회장직이라는 힘과 엄청난 자본이 혹시 미술상에 알게 모르게 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게 한다. 우리에게 예술원이란 것이 과연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박영택 (서양화· 미술경영전공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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