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미술비평의 현대적 의미
  • 편집국
  • 등록 2021-05-31 09:49:32
기사수정

  


 

  요즘 장안에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화제다. 기생충을 통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로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에 이은 낭보다. 이들을 포함한 세계의 무대에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의 활동의 선전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배후에 기술과 능력은 물론이고 거대한 자본과 미디어의 힘이 작동한다는 것을 2020 국제저작권기술컨퍼런스는 입증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문화계의 지형도, 즉 미술계는 어떤가. 2차 대전 종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모던아트를 수용하고 익히는 데 주력했던 미국 미술계가 전후 막강한 국력과 거대자본의 영향력 및 시스템 등을 통해 미술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21세기 오늘까지도 영향력이 건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시장에 참여하는 거대자본은 이제 단순 기업의 홍보효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수익을 겨냥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미술비평의 역할은 종속적이거나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는 연간매출로 보았을 때 대략 2천억원 정도이다. 이 정도의 매출은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모 식품기업 한 회사의 두부 매출 총액 정도다. 그렇다 보니 어떤 자본이 한국 미술시장에 약 1천억원 정도만 풀어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 즉 특정 작가를 스타로 만들어내고, 가격 또한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고 가공할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동안 경매 등을 통해 가장 많이 가격이 급등한 작고작가(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들을 어느 자본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온다.

  상황이 이러할 때 비평의 위상은 반비례한다. 문학성이나 음악성의 객관적 기준이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문학이나 음악과는 달리 미술은 교과서적 미적 가치의 기준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다. 로버트 휴즈(Robert Hughes)가 언급했듯이 현대미술은 새로움이라는 무한궤도에 진입해 있다. 모던이든 혹은 포스트모던이든 자본의 물적 토대에 기반한 미술은 새로움이 으레 충격적이어야 하고, 저널 등의 미디어 혹은 뉴미디어의 포장질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자본과 미술의 유착을 가장 솔직히 고백한 것이 팝아트이며 오늘의 대부분의 미술현상은 팝아트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화적 상황과 판도 속에 미술비평은 자본과 미디어에 종속되어 과거 모던아트를 주도해나간 비평가들의 영향력과 논리, 컨텐츠 등이 사실상 쇠퇴해 있다.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같은 석학이 50년대 모던아트의 논리와 화두를 던지면 그것을 저널이 받아쓰고, 대학이 교과서 삼아 공부하고 연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비평의 가치와 논리, 시대정신과 방법론을 연구하던 비평학을 전공으로 삼겠다는 학생들이 전무한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그동안 문화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화적 트렌드와 아이콘을 창출하여 보급하던 매스미디어의 고민도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비슷한 상황이다.

  SNS가 정치적 선택, 상품 소비, 문화적 담론과 취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것의 한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양상을 만들어내듯이 미술비평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SNS에 참여하는 모두가 비평가이며 모두가 비평 소비자이다. 어떤 라이선스에 의해 배출되는 것이 비평가의 권위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네트웍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도하는, 그야말로 팔로워를 다수 거느리는 스타가 비평가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이다. 물론 SNS 상으로 떠도는 허튼소리 같은 것은 엄밀히 구분되어야 마땅하지만, 상대적으로 비평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입시미술 강사 같은 미술해설가들은 있어도 가치를 논하는 진정한 비평가는 갈수록 줄어든다. 위기라면 위기인 이 시대의 미술비평, 새로운 돌파구는 없을까.



                                                              

                                                                                  신혜경(미술경영 전공) 교수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