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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 시대의 강의: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 편집국
  • 등록 2021-05-03 09: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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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의 봄은 여전히 푸르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교정을 걷던 나는 잠시 코끝으로 봄내음을 만끽하고 싶었으나 인기척을 느끼고는 이내 단념하며 마스크를 고쳐 쓴다. 한편 봄을 즐기지 못한 잠깐의 아쉬움과는 별도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캠퍼스의 오늘날에는 스쳐지나가는 낮선 이에게도 반가운 마음이 생겨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전세계적 확산은 우리 개인의 일상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소통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대학 교육 현장도 쓸쓸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벌써 두 해에 걸쳐 본교 개별 강의는 LMS를 통한 일방향 영상콘텐츠의 시청이나 줌(Zoom), 구글미트(google meet) 등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강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학 1, 2학년 재학생은 선배들이 누렸던 대학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으로 EBSi 인터넷 강의를 계속 시청하는 기분일 것 같다.

  고백하건데 대학 강의를 제공하는 교수자인 나는 현재의 온라인 강의형태는 뉴노멀(New Normal)인 아닌 비정상(非正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형태가 전통적인 면대면 대학 강의에서의 소통 수준을 비슷하게나마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에 기인한 것이었다. 대학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 및 습득이 목표가 아니라 강의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며 새로운 생각을 도출할 수 있는 교수자-학생 또는 학생-학생 간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과연 비대면 온라인 강의 방식은 적극적인 소통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대학의 강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나는 강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부족이 단순히 온라인 수업 방식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후 나의 온라인 기반 대학 강의에서 소통과 토의, 토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가 수업형태가 아닌 교수자인 나 자신에게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경험에 기인한다.

  줌(Zoom)을 활용한 어느 날의 실시간 강의는 발표를 맡은 학생 외에는 다른 학생들의 참여가 미진하여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발표자 학생만이 부족한 설명력으로 자신의 생각을 두서없이 쏟아내려 냈을 뿐 그 외 누구도 발언하지 않았다. 교수자인 나는 발표자에게 다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으니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학생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대신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와 영상을 차례로 공유 자료로서 활성화시키고는, “이것 보세요. 제가 말한 건 벌써 구현되어 있는 것이고, 이렇게 작용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설명하였다. 놀랍게도 갑자기 또 다른 학생이 줌 발표권한 부여를 요청한 후, 새로운 이미지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앞의 발표자와 조금 다르게 저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새로운 기능과 색상을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몇몇의 참여가 이어진 후, 이날 토론은 시각적 정보만으로 다수가 동의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나는 전통적인 대학의 면대면 강의에서의 요구되던 소통방식에 익숙하였고 그것을 현재의 강의에도 그대로 기준으로 적용하려 했을 수 있다. 비대면 언택트(Untact)’에 온라인 연결(On)’을 결합한 온택트(Ontact)’ 강의 방식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안적인 도구로서만 사용하였을 뿐 소통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소통 방식인 글, , 몸짓, 표정 등은 일부만의 정보를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디지털 온라인 소통은 보다 풍부한 정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정보전달 매체는 급진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이에 익숙한 세대들은 정보를 습득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정보들 전달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소통의 도구가 진화하고 있다면 이에 대응하여 우리의 소통 능력도 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디지털 온라인 강의 방식은 도구일 뿐 교수자의 소통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학생만이 아닌 교수자도 과거의 기준, 전통적으로 익숙한 방식에 매몰되지 않으며, 새로운 소통방식을 잘 정리하고 확장시키는 뉴노멀을 지향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추승엽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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