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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들의 일그러진 과거
  • 조승화
  • 등록 2021-04-12 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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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역사에 대한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동북공정을 비롯해 △김치 △윤동주 시인의 국적 △한복 등 우리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강탈하려는 시도에 우리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타국에 의한 역사 왜곡 문제에서 주로 피해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역사 왜곡 문제에서 자유로운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왜곡 사례로는 ‘유사역사학’이 있다. 유사역사학이란 역사학과 비슷한 것, 사이비적 인 역사학으로도 해석된다. 이 사이비 학문은 민족주의 열풍과 이를 이용한 정치권의 비호 아래에 세력을 키워 사학계에 식민사관 프레임을 씌우고, 자신들이 창작한 가짜 역사로 많은 이의 눈과 귀를 현혹시켰다. 이러한 유사역사학에 대한 비판은 꾸준하게 진행돼 왔는데, 본지에서 소개할 ‘유사역사학 비판’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사역사학을 접했다가 실망해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결과를 바탕으로 유사역사학의 진실을 폭로하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단고기’, ‘규원사화’ 등 여러 위서들에 담긴 어폐와 모순을 역사학과 과학적 사 실 등을 근거로 정면 반박한다. 더불어 ‘환단고기’를 세상에 내놓고 번역한 이유립, 임승국 등의 창시자와 추종자 들에 대해서도 ‘국수주의’라는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가감 없이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유사역사학 비판을 통해 유사역사학의 근원에는 분노와 증오가 있음을 강조한다. 유사역사학의 창시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다는 흑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민족이 가장 뛰어나고 우리 역사가 가장 위대하다’는 명제를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없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진실된 역사는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유사역사학의 모습은 그들이 그렇게 증오했던 일본 제국이 동아시아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당시 펼쳤던 논리,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집어삼키려는 중국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닮아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역시 조국의 영광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창작한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일본과 중국은 타국의 역사를, 유사역사학자들은 자국의 역사를 왜곡했기에 다르게 보일 수 있으나, 그 본질은 서로가 소름 끼치게 비슷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타국의 주장을 논박하는 것 이전에 유사역사학 같은 내부의 왜곡에 유혹당하지 않고 진실된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중국, 일본 등 타국의 역사 침략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음을 기억하자. ‘너를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손자병법의 결구는 역사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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