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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나도 모르게 동조한다, 군중심리
  • 김현빈
  • 등록 2020-12-08 1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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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신이 사라지는 사회
버블 경제, 전체주의 등 인간의 군중심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개인의 목소리가 묵살되며 이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단지 군중에 속하고 싶고 군중이 되고 싶은 욕망, 군중심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다뤄보고자 한다.


 군중은 공통된 관심의 대상으로 성립되며 우연히 조직된 인간의 일시적 집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시적인 집합체는 특정 목적으로 결합된 것이 아니기에, 군중에 속한 인간은 익명성을 가지며 행동이 무책임하고 맹목적으로 변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바로 이 특징으로 인해 이른바 군중심리가 발생하게 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군중심리는 인류 역사의 변환점에 항상 존재해왔으며 때로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때로는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따라서 인류는 군중심리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군중심리는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군중심리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로는 군중 속에서 느끼는 공통심리들이 있다. 첫째로 앞서 언급한 익명성과 무책임성이다. 일시적으로 모인 수많은 군중 속에서 한 개인은 다수에 일체화돼 자기의식을 잃게 된다. 이로 인해 개개인의 행동이 불분명해져 책임소재가 사라져 버린다. 둘째로 암시성이 있다. 보통 수많은 군중 속에 파묻히면 개인의 목소리는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군중의 관심이 특정 목적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중 속 사람들은 의식의 범위가 줄어들어 외부에서 가해지는 영향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또한 좁아진 의식 탓에 정보가 한정돼 상상과 억측에 기대 판단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군중심리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됨으로써 앞서 언급한 구성 요소를 포함한 많은 것들이 밝혀지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간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군중심리를 기반으로 한 역사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군중심리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바로 경제다. 그중에서도 주식시장이 과열될 때 군중심리가 흔하게 발생하곤 한다. 지나친 상승세는 항간의 성공담을 만들고 그 성공담에 휘말려 주식에 뛰어든 사람들이 또 다른 성공담을 만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군중심리는 더욱 몸집을 키우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주가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빼앗아간다. 또 다른 경제 속 군중심리의 사례로는 밴드웨건 효과를 들 수 있다. 밴드웨건 효과란 필요성, 구입 목적 등 합리적 이유를 고려하기보다는 타인의 구매를 보고 자신도 이에 동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홈쇼핑 광고에서 매진 임박과 같은 자극적 단어로 소비자의 심리를 동요하게 만드는 것이 군중심리를 자극한 판매 전략이다


 이러한 경제와 관련된 군중심리는 정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경우, 전후 경제가 하이퍼인플레이션과 함께 연일 파업과 시위로 점철됐다. 이 절망적 현실을 군중심리를 통해 악용한 사례가 히틀러의 나치즘이다. 그 당시 독일 군중은 불경기로 형성된 불안한 사회 속에서 단지 우리라고 말하고 싶었고 우리에 속하고 싶었던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히틀러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이용해 전체주의의 재료로 사용했을 뿐이다. 인간은 본래 집단에 들고 싶어하는 소속의 욕구를 지니고 있어, 집단의 일원이 됐을 때 희열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경제, 정치 등에서 군중심리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군중심리라는 말을 처음 고안한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봉은 인간에게는 군중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인격이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철학자 니체는 군중을 가축 떼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들은 군중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군중심리가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현상이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이러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개인도 군중 속에 들어가는 순간 이성을 잃고 잔혹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군중에 들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문명의 틀 안에 가둬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군중심리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며 어느새 군중 속에 속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김현빈 기자hyeonbin224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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