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 트렌드와 여가
  • 편집국
  • 등록 2020-09-15 10:07:27
  • 수정 2020-09-15 10:08:55
기사수정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는 놀면 뭐하니?’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국민 MC 유재석과 출연진들이 자신의 실제 캐릭터(본캐)가 아닌, 부 캐릭터(부캐)로 활동한다. 유재석은 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닭집 사장 닭터유’, 하프 신동 유르페우스’, 라디오DJ ‘DJ뽕디스파뤼프로젝트그룹 싹스리(SSAK3)에서 유두래곤’, 그리고 환불원정대의 제작자 지미유등 다양한 부캐를 소화하며 본캐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유재석인 듯 유재석 아닌 유재석 같은 유재석으로 일명 부캐의 선구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재석부터 이효리의 린다G, 비의 비룡,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 그리고 박나래의 조지나까지 부캐로 활약하는 연예인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런 부캐는 예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 SNS 속의 나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최근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멀티 페르소나’, ‘myselves’ 라고 부른다. 사람에게는 가면을 쓴 인격인 페르소나가 여러 개이며,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는 단수가 아닌 복수로 표현할 수 있다. 내 안에 멀티 페르소나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이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로서 연극과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가장 쉬운 예로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송강호이다. 송강호는 봉준호가 만든 역할의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데, 매번 다른 캐릭터이며, 어떤 것도 송강호 자신과 똑같지 않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페르소나는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사람들은 상황과 역할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가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일상에 가장 잘 드러나는 예는 SNS이다. 사람들은 카카오톡, 틱톡,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소통한다. 심지어 같은 플랫폼에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서로 다른 인격으로 소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여가적으로 살펴봤을 때, 워라밸(work life balance의 줄임말)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일, 여가, 가족, 자신 등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영역에서 심리적 관여도와 에너지를 적절하고 만족스럽게 쏟을 수 있을 때, 워라밸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멀티 페르소나가 작동한다. 특히 일과 여가의 균형이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욕구도 높다.

일할 때의 나와 여가를 즐길 때의 나는 다른 페르소나를 쓸 수 있다. 어느 페르소나가 진짜 자신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람들은 여가를 즐길 때 사용하는 페르소나를 자주 SNS에 노출시킨다. 그만큼 여가 중 발현되는 페르소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한 여가에서의 페르소나가 자신처럼 보이기를 원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 거꾸로 생각해보면 페르소나는 여가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진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여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진짜 나와 여가에서의 페르소나가 동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가적으로 매우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최근 트렌드에서처럼 여가를 통해 SNS에서 보여 지는 페르소나가 진짜 나라면, 보여 지는 나도 실제의 나도 정말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만을 위한 그리고 지나치게 타인 지향적인 여가에서의 페르소나는 실제 나의 행복감과 거리가 있기에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오세숙(스포츠과학부 레저스포츠전공) 교수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