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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 편집국
  • 등록 2020-05-25 10: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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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3월 모교인 경기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해 강단에 섰던 첫 날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벌써 20년이 지난 그해 515일 교수로 맞는 첫 스승의 날 행사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학생들이 정성껏 마련한 감사의 자리이기에 모임 장소인 강당으로 향하는 길 내내 기쁘고 즐거웠다. 하지만 학생들이 마련한 자리는 스승의 날 행사가 아닌 교수와 학생간의 간담회 자리였고 모임은 내내 격양된 학생들의 항의와 추궁에 교수들은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매우 곤란해 했었다.

당시 나는 서울캠퍼스의 신설학부인 다중매체영상학부의 다중매체학과 소속이었으나 교원부족으로 애니메이션학과와 다중매체학과의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기자재 및 학습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에 학부교수님들 모두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던 시기였기고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수원 본부를 오가며 본부에 학부 실정을 설명하고 예산조차 잡혀있지 않는 장비 및 공간 확보에 고심하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의 학습권 확보를 위해 나름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 벌어진 일이기에 당혹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울 캠퍼스는 몇 개학과의 야간 대학원만 개설된 상태였고 다중매체영상학부는 1999년 학교의 특성화전략에 따른 선도적 학문영역을 개척하고자 세워진 신생학부였다. 하지만 공간 및 장비 등의 확보가 미진한 상태에서 20003월에 신임교원으로 발령받은 6명의 교수들 또한 당시 학습 환경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당시 우리 중 한 교수가 본인의 교수실에 교수들을 모으고는 우리 전원 사표를 냅시다라고 제안했다. 그분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초강수를 제안한 것이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였기에 학생들의 고충도 컸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창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진행 중인 공간 및 장비확보 계획 등을 전달하고 있을 때인데 한 학생이 일어서서 했던 발언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교수님이 아니라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라는...아마 진심으로 학생들 입장에 서서 진정한 스승이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던 것 같다. 이후 나름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은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0년을 좌충우돌하며 지내온 것 같다.

김기창 교수께 교수칼럼을 부탁받고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고심하던 중 올해도 다가온 515일 재학생들과 졸업한 제자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전화와 문자 등 인사를 받으며 나도 모르게 감사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경험하며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한 제자들을 생각할 때 감사하고 뿌듯하고 행복하다. 20년 전 이젠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한 학생의 발언. 그 발언이 아직도 내가 강단에 설 소명과 경기대학교 교수로 있어야할 명분이 된다.

최근 학교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교육부의 평가라는 논리아래 정량화된 실적 만들기에 매진한다. 다수의 내용들이 교육개선에 큰 효과가 없음을 알지만 지표를 위해 수행하는 행정들로 구성원들은 지치게 하는 실정이다. 때로는 학생을 고객으로 여기는 듯 느껴질 때 쓴 웃음을 짓게 된다. 하지만 존중과 배려, 존경과 희생, 나눔과 사랑은 사라져가는 이 사회에 소망은 아직도 학교라고 믿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우리의 학생들이 선생님을 필요로 하고 아직도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으며 아직도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학생들에게 미안한 일들이 많고 아직도 부족한 면모도 많지만 내겐 아직 완성하지 못한 선생의 본분이 있기에 용기 내어 노력하며 이 길을 간다. 먼저 계셨던 선배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선생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 앞에 우리가 더 선생다워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학교는 기업의 목적과 같이 이윤추구만이 목적이 아니다. 교육부의 지표나 평가가 학교존립과 무관하지 않기에 평가에 매진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나 우리가 선 이곳은 학교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 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김수정 (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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